일본의 니신소바와
독일의 청어버거
일본에는 청어 음식으로 니신소바(にしんそば)가 있다. 사실 우리도 해산물을 넣어 국물을 만들거나 직접 해산물을 넣어 먹는 국수나 칼국수가 있기에 놀랄 일도 아니다. 생선은 비리다는 선입관에서 비롯된 오해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청어 국수를 맛볼 수 있을 만큼 널리 알려져 있다. 니신소바는 달콤하게 조린 청어와 메밀국수의 조합이다. 에도시대에 많이 잡은 청어를 말려서 다른 지역으로 보내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우리의 과메기와 다르지 않다. 다만 일본을 대표하는 소바(そば)가 더해진 점이 흥미롭다.
일본 도쿄 곳곳에는 절인 청어와 생메밀 면을 파는 곳이 많다. 청어조림, 청어알 스시, 청어 알젓도 시장에서 볼 수 있다. 새해 첫날 일본인들이 즐겨 먹는 오세치(おせち) 요리에도 청어알이 포함된다. 소금에 절이거나 말린 청어알(数の子)은 자손의 번영을 의미하며, 장수를 의미하는 새우·검은콩·흰살 생선·붉은 당근과 흰 무·토란·연근 등을 국물 없이 찬합에 담아 가족이나 가까운 이웃과 나누어 먹는다. 정진규 시인은 「청어구이」라는 시에서 “청어구이를 먹다가 청어의 알들이 청어의 대가리까지, 아가미 바로 밑까지 가득 차오른 것을 나는 보았다”고 했다.
일본의 니신소바보다 놀랐던 음식은 독일 함부르크에서 맛본 ‘청어버거’다. 독일 바덴해(Wadden Sea)의 작은 섬 랑어오그(Langeoog)에서 청어버거로 점심을 해결했다. 오후 일정도 있어 간단한 식사로 선택한 것이 청어버거와 음료였다. 그렇다고 청어버거가 절대 패스트푸드는 아니다. 섬에서 생산한 밀로 만든 빵과 채소, 염장한 청어로 만들었다.
연어와 대구와 새우를 넣은 버거를 독일과 네덜란드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맥주와 생선을 넣은 버거는 그들의 일상이지만, 여행자에게 독특한 맛과 즐거움을 제공한다. 이들 지역에 청어잡이를 기반으로 발트해와 북해를 장악하고 부를 축적했던 한자동맹(Hanseatic League)의 도시들이 있다. 한자동맹 이후에는 대서양 청어잡이의 주도권은 네덜란드가 장악했다. 발트해에 가득했던 청어가 사라지고 북해 남부의 네덜란드에 출현했기 때문이다.
당시 네덜란드는 해양업이 발달한 나라였다. 국가와 기업이 함께 청어잡이 어법과 염장법을 개발하고 금어기를 정해 어족 자원을 관리했다. 네덜란드로 모여든 청어잡이 자본과 그곳에 형성된 시장은 청어무역으로 발전해 주식회사와 은행이 태동하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는 중세시대의 봉건제도와 종교를 넘어서 새로운 사회체제로 옮겨가는 계기가 되었다.
과메기의
원조는
청어다
찬바람이 불면 구룡포 사람들은 집집마다 빈터에 덕장을 세우고 뼈와 내장을 제거한 청어를 내건다. 그 후에는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다만 눈과 비를 조심해야 하고 반으로 갈라 등을 마주 대고 다닥다닥 걸어놓았기 때문에 붙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일이다. 구룡포 시내에서 벗어나 삼정리해수욕장에는 긴 장대가 줄지어 세워져 오징어가 꾸덕꾸덕 말라가고 있었다. 나중에야 그곳이 과메기로 유명한 어촌인 삼정리라는 것을 알았다.
삼정리해수욕장과 맞닿은 민가 처마 옆으로 과메기가 걸려 있었다. 청어였다. 덕주(덕장의 주인)가 “이게 진짜 과메긴기라, 무거 봐라”며 한 쪽을 쭉 찢어 건넸다. 꽁치 과메기는 가위나 칼로 잘라먹지만, 청어 과메기는 쭉 찢어 먹어야 제맛이 난다고 한다. 배를 따거나 반으로 쪼개지도 않은 채 짚으로 엮어 말렸다. 굴비를 엮어 놓은 모양새다.
소설가 김동리(金東里, 1913~1995)는 『신동아』(1967년 6월)에 실린 「관메기와 육개장: 나의 식도락(食道樂)」에서 과메기는 “청어 온 마리를 배도 따지 않고 소금도 치지 않고 그냥 얼말린 것(冷結乾燥)을 가리키는 이름이다.……그 맛은 모든 표현을 다 갖다 대어 보았자 다 쓸데없는 소리이다”고 했다.
진짜 과메기라며 주민이 건네준 과메기의 껍질을 벗기자 붉은 속살이 드러났다. 쭉 찢어 한 입 베어 물었다. 비릿할 것으로 알았는데 그냥 먹어도 맛이 괜찮았다. 달짝지근하고 씹히는 맛이 아주 좋았다. 국산 꽁치만 사용한다고 붙잡는 집도 있었다. 그렇다면 꽁치도 수입한다는 말인가? 사실이다. 과메기용 꽁치는 대부분 북태평양에서 포획된 것이다. 원양어업으로 잡은 꽁치도 있지만, 수입 꽁치가 구룡포에서 손질된다고 한다.
과메기는 ‘통마리’와 ‘배지기’ 두 가지 방식으로 숙성된다. 통마리는 내장을 제거하지 않고 세척해서 굴비처럼 엮어 15일 정도 말려야 한다. 배지기는 배를 갈라 내장을 제거한 후 세척해서 대나무(꼬치)에 걸어서 말리는 것으로, 3~4일이면 상품으로 유통된다. 과메기는 온도가 중요하다. 영하 5도에서 영상 5도의 기온이 유지되어야 한다. 그리고 바람이 잘 부는 곳이 좋다. 구룡포 삼정리 바닷가에 과메기 덕장이 가득 찬 이유다. 그런데 요즘 날씨도 예전 같지 않지만 미세먼지라는 불청객 때문에 해풍에 의존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그래서 자연 건조 대신에 인공건조기를 이용해 냉풍으로 말리기도 한다.
구룡포에서는 꽁치를 삶아 뼈를 발라내거나 갈아서 시래기와 함께 끓인 꽁치추어탕도 겨울 보양식으로 먹는다. 부산의 고등어추어탕처럼 지역에서 많이 나는 생선과 채소를 이용한 먹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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