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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지방은 어쩌다 공공의 적이 되었나?>

10. 돈이 굴러 들어오는 비만 장사, 건강식품 운동과 손잡은 의료산업 (마지막 회)

by BOOKCAST 2022.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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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지방은 개인의 나태함이나 수치스러움의 원천을 넘어 공중 보건의 골칫거리로 부상했다. 게다가 적절한 공중위생으로 막을 수 있는 콜레라나 백신으로 예방되는 홍역과 달리, 몸에 축적되는 지방을 몰아내는 일은 오직 개인들의 노력에 달린 난제가 되었다.

2차대전이 끝난 후 급성장한 경제와 자본주의자들의 창의성은 지방과의 전쟁에서 새로운 전선을 만들었다. 바로 체중 감량 산업이었다. 비만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개인 문제로 강조하는 풍조는 날로 높아지는 ‘건강식품’에 대한 관심과 맞물려 돈이 되는 신산업으로 만개했다. 체중 감량 서적이 쏟아지고 상담원들의 조언이 불을 뿜었다. 이들 전문가들(대다수는 적절한 자격도 없었다)은 신체적으로 우월하고 미학적으로 설득력 얻을 수 있는 몸매를 만드는 비법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감탄과 호감도는 물론이고 신분 상승까지 가능케 해주는 몸에 관한 자신들의 통찰력을 소비자들에게 극적으로 소구하면서 그 산업은 꽤 번창했다.

소위 다이어트 그루라고 불리는 이런 전문가 중 매우 유명한 사람이 있다. 스스로 ‘뚱보 주부’임을 자처하던 퀸스 출신 진 니데치(Jean Nidetch)다. 그녀는 비만을 두려워하는 1960년대의 이웃들을 상대로 우연히 체중 감량 지원 그룹을 만들었다. 이게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1963년에는 일반에게도 널리 알려진 웨이트 와처스(Weight Watchers International: 지금은 간단히 WW로 알려진)라는 이름의 기업을 탄생시켰다. 이후 웨이트 와처스는 뉴욕주식거래소에 공개 상장을 했다.

 

 
‘뚱보 주부’ 진 니데치가 쓴 여러 권의 성공 스토리 서적 1960년대 본격화된 ‘지방과의 전쟁’ 흐름을 타고 설립된 웨이트 와처스는 체중 감량 프로그램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였다. 10여 년만에 억만장자가 된 설립자 진 니데치는 자신의 성공담을 여러 버전의 책으로 펴내 베스트셀러 저자로도 등극했다.
 
 

체중 감량 프로그램으로 이미 억만장자가 된 니데치는 1978년 7,800만 달러에 W.J 하인즈(W.J. Heinz) 사에 회사를 매각했다. 하인즈 사는 1999년 다시 한 사모투자펀드에 WW를 7억 3,500만 달러에 팔았다. 설립된 후 57년 동안 수많은 경쟁사가 생겨났음에도 WW 인터내셔널은 여전히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2018년 연차영업보고서에는 WW의 총수입이 15억 1,4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극적인 수익 상승은 1960년대 이후 지방과의 전쟁이 본격화되고 문화적인 흐름이 확산한 것과 완벽히 궤를 같이한다. 〈비즈니스 와이어(Business Wire)〉에 따르면 미국의 체중 감량 산업은, 다시 말해 지방과의 전쟁으로 벌어들이는 산업의 가치는 현재 매년 750억 달러에 이른다. 이해가 간다. 자본주의는 착한 굶기 전쟁을 사랑하고, 신자유주의는 단호한 손짓으로 개인의 사정이라고 일축한다. 조금 더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개인을 그렇게 엉망진창인 상태로 만든 시스템의 원인이 무엇이든, 은유적으로나 문자 그대로 그에 대한 대가를 각자 치르라고 시장은 종용하고 정부는 부담을 지지 않는 문제를 좋아한다.
지방과의 싸움은 두 세계 모두에게 큰 이익이다. 싸움과 공포와 욕구와 돈을 추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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