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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공학/<알고나면 쉬워지는 해부학 이야기>

05. 루이 14세도 피해가지 못한 병, 치질!

by BOOKCAST 2022.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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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문의 위쪽에는 불수의근인 속항문조임근(internal anal sphincter)이 있지만, 항문 입구에는 수의적으로 배변을 조절할 수 있는 바깥항문조임근(external anal sphincter)이 있다. 이 부분에는 정맥얼기(venous plexus)가 발달해 있는데, 변비와 같은 배변 활동에 문제가 생기면 이 정맥얼기가 확장되어 부풀어 오르는데 이를 치질 혹은 치핵(hemorrhoid)이라고 한다.

항문의 구조
 

 

속치핵은 속곧창자정맥얼기(internal rectal venous plexus)가 확장되어 항문으로 나온 것으로 보통 출혈은 있으나 통증은 없다. 외치핵은 바깥곧창자정맥얼기(external rectal venous plexus)에 혈전(thrombosis)이 생겨서 통증이 심하다. 외치핵은 급성기가 아니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잘 없으므로 우리가 보통 말하는 치핵이나 치질은 내치핵에 해당한다.

배변습관, 식이 등이 치질의 중요한 원인으로 꼽히지만, 해부학적으로 생각해보면 인류의 직립보행이 가장 큰 근본적인 원인이다. 다른 동물들은 네발로 기어 다니기 때문에 배 속의 장기와 대변이 항문 쪽으로 압박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인류는 직립보행을 하고 의자에 앉음으로써 항문주위에 압력을 주고, 정맥얼기의 순환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이아생트 리고, ‘루이 14세의 초상’, 1701
 

태양왕이라 불릴 만큼 절대권력을 누렸던 프랑스의 왕 루이 14세(Louis XIV, 1638-1715)도 치질은 피해갈 수 없었다.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음에도 차도가 없자 유명한 이발사인 펠릭스를 불렀다. 그 시대 면도사나 이발사는 종기 제거나 상처치료와 같은 외과 술기를 담당하였다. 펠릭스는 치질 수술법을 개발하기 위해 루이 14세에게 6개월간의 시간을 요구하고, 그 동안 완벽한 수술을 해내기 위해서 많은 사람에게 수술을 연습했다. 그 과정에서 과다출혈과 세균감염 등으로 무려 75명의 생명을 앗아 갔다. 하지만 이를 통해 펠릭스는 치질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게 되었고 루이 14세로부터 많은 재물을 받았다.

이뿐만 아니라 외과 학의 발달로 대학에 외과 강의가 생기고 이발사와 외과의사의 직업을 분리하는 법이 제정되면서 외과학이 발전하게 되었다. 이후 빨강은 동맥, 파랑은 정맥, 흰색은 붕대 혹은 신경을 상징하는 삼색등이 이발소의 상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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