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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얄팍한 교통인문학>

10. 퍼스널 모빌리티의 미래 (마지막 회)

by BOOKCAST 2020.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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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백투더퓨처2>의 주인공은 땅 위에 뜨는 스케이트보드, ‘호버보드’를 타고 악당으로부터 도망친다. 비록 하늘을 나는 호버보드는 아니지만 그것을 대체할 만한 각종 기계장치들이 오늘날 거리를 질주한다. 다름 아닌 새로운 이동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다.

퍼스널 모빌리티란 전동휠, 전동 킥보드, 전기 자전거 등 혼자서 타고 다니는 동력 이동 기구를 말한다. 전기를 이용해 움직이는 친환경 이동수단이라는 점에서 ‘스마트 모빌리티(smart mobility)’라고도 부른다. 이런 탈것들이 등장한 이유는 도시가 복잡해지고 1인 가구가 늘면서 기존의 자동차를 대체할 새로운 교통수단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퍼스널 모빌리티는 복잡한 대도시의 근거리 이동에 최적화되어 있다. 모터의 힘으로 빠르고 편하게 움직일 수 있으며, 자전거보다 작고 가볍기 때문에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과 연계하기도 좋다. 무엇보다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무공해 교통수단이다. 스마트폰이 전자제품의 개인화를 이끌어냈다면 퍼스널 모빌리티는 이제 이동수단의 개인화를 열어가고 있다.

 

 



퍼스널 모빌리티의 역사


퍼스널 모빌리티의 역사는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초는 2001년 개발된 세그웨이(Segway)라는 제품으로, 발명가 딘 케이먼(Dean Kamen)이 만든 휠체어 아이봇(ibot)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좁은 길에서 방향을 틀지 못해 고생하는 걸 보고 스스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휠체어를 생각해냈고, 그 결과물이 바로 아이봇이었다. 이 발명품은 두 개의 바퀴를 이용해 달릴 수 있었으며, 계단도 오르내릴 수 있는 획기적인 제품이었다. 딘 케이먼은 아이봇에 사용된 균형장치를 개량해 세그웨이를 만들었으며, 이것은 곧 퍼스널 모빌리티의 대명사가 되었다.

세그웨이는 당시 ‘인터넷보다 위대한 발명품’이라는 찬사를 들었지만 높은 가격과 무게 때문에 대중화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퍼스널 모빌리티가 널리 퍼지게 된 것은 기술에 가격 경쟁력이 더해진 시점부터였다. 중국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관련 제품을 제작하면서 현실적인 가격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특히 샤오미가 설립한 나인봇은 세그웨이의 모방제품으로 출발했으나 2015년 4월 원조였던 세그웨이를 인수해버릴 정도로 성장했다. 나인봇 미니의 출시 가격은 1,999위안으로, 약 35만 원 수준이다. 이렇게 가격의 벽이 무너지면서 퍼스널 모빌리티는 누구나 접근 가능한 장치가 되었다.

초창기에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을 견인한 것은 자이로센서가 탑재된 세그웨이나 전동휠 같은 제품이었으나 최근 국내 시장에서는 전동킥보드가 주를 이룬다. 배우기가 쉽고 외형적으로 사람들에게 보다 친숙하다는 것이 이유다.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매출이 최근 5년 동안 약 6배나 증가할 정도로 전동 킥보드는 대중적인 퍼스널 모빌리티가 되었다.

 

 

 

스마트폰이 전자제품의 개인화를 이끌어냈다면 퍼스널 모빌리티는 이제 이동수단의 개인화를 열어가고 있다.



기술을 뒷받침할 제도가 필요하다.

 

이처럼 퍼스널 모빌리티 사용자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나 관련 법률과 제도는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퍼스널 모빌리티는 현행법상 자유롭게 이용하기가 어렵다. 바퀴가 두개인 퍼스널 모빌리티는 ‘원동기장치 자전거’로 구분된다. 때문에 반드시 자동차 면허나 원동기 면허를 갖춰야 하며, 헬멧을 착용하고 차도에서만 운행해야 한다. 자전거 전용도로나 인도로 다니는 것은 불법이라는 얘기다. 2018년부터 법률이 개정되면서 모터로 페달을 보조하는 전기자전거의 경우 자전거 전용도로를 이용할 수 있지만 전동킥보드처럼 모터로 움직이는 제품들은 해당되지 않는다.

이러한 제도적인 문제는 안전 문제로 직결된다. 퍼스널 모빌리티는 속도가 빠르지 않기 때문에 도로에서 자동차와 함께 달리면 매우 위험하다. 헬멧이나 보호구 등 운전자에 대한 안전규제도 없기 때문에 사고 시 부상이나 사망 확률도 높다. 실제로 2017년 퍼스널 모빌리티와 관련된 사고로 4명이 숨지고 124명이 다쳤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인도를 이용하지만 이 또한 보행자의 안전에 큰 위협이 된다. 아울러 인도 주행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사고가 날 경우 운전자가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도 없다.

현재 서울 대기오염의 70%는 자동차 배출가스 때문이며, 출근 시간대의 약 85%가 1인 출근 차량이라고 한다. 도심 주차 및 교통 정체로 인한 사회적인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교통 및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써 퍼스널 모빌리티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확산될 것이다. 물론 퍼스널 모빌리티가 교통수단이 되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퍼스널 모빌리티가 일시적으로 유행하는 장난감으로 사라질 것인지, 미래의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확산될 것인지는 결국 기업, 정부, 사용자 모두의 노력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영화 <백투더퓨처2>에서 설정한 미래는 2015년. 우리는 지금 SF영화보다 오래된 미래를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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