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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바다 인문학>

08. 서대는 소의 혀와 비슷하다.

by BOOKCAST 2022.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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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는
소의 혀와
비슷하다


서대는 서해와 남해에 많이 서식한다. 어획량을 봐도 여수, 목포 등 전남에서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며 이어서 인천과 전북순이다. 서대 어획량은 1990년대 3,000~4,000톤이었으나 최근에는 절반으로 줄었다. 반면에 한강 상류인 행주대교에서 전어와 함께 서대가 그물에 종종 잡히는 일도 있다. 서해와 한강의 경계 지점인 김포시 용강리 유도를 기점으로 무려 약 35킬로미터 떨어진 곳이다.

서대를 잡을 때는 저인망 그물을 이용한다.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기 때문이다. 보통 20미터가 되지 않는 그물을 300~400개씩 가지고 나가 그물을 펼친다. 7월 금어기를 제외하고 6월부터 10월까지 조업을 한다. 사리에 물길을 따라 그물을 내리고 물이 바뀌기를 기다린다. 낮에 내린 그물은 어둑해질 무렵부터 올리기 시작해 새벽으로 넘어갈 무렵까지 작업한다. 날이 새기 3~4시간쯤 전 포구에 도착해 경매 준비를 하고 다음 날 출항을 위해 그물도 정리한다. 이것이 목포, 여수, 고흥의 서대잡이 어부의 일상이다. 이들 지역의 어시장이나 포구의 양지바른 곳의 건조대에는 십중팔구 초등학생마냥 줄 맞춰 선 서대가 있다.

서대 전문집들은 매일매일 선어시장에서 물 좋은 서대를 구입해 보관해두고 갈무리를 한다. 그래도 서대가 부족하다.
 

『자산어보』에는 서대류를 ‘우설접(牛舌鰈)’이라고 했고, “크기는 손바닥 정도지만 길이는 소의 혀와 매우 비슷하다”고 했다. 또 서대류를 “장접(長鰈)이라고 하고 속명은 혜대어(鞵帶魚)”라고도 했다. “몸통은 접어(가자미)보다 더욱 길면서 좁다. 맛은 매우 농후하다. 이 물고기의 모양은 신발 바닥(鞋底)과 매우 비슷하다.” 박대는 “박접(薄鰈)이라고 하고 속명은 박대어(朴帶魚)”라고 했다. 또 “우설접과 비슷하지만 그보다 더욱 작고 종잇장처럼 얇다. 줄줄이 엮어서 말린다”고 했다.

『전어지』에는 ‘설어(舌魚)’라고 했고, “생긴 모양이 접어와 같으면서 좁다. 양쪽 눈은 한곳에 몰려 있고, 등은 검고 누르며, 배는 회백색이고, 비늘은 잘고, 꼬리는 뾰족한데, 비늘과 꼬리가 없는 것처럼 의심이 난다. 서· 남해에서 살고 있는데 매년 4월에 석수어를 잡을 때 그물과 통발에 잡힌다”고 했다.


여수의 서대와
군산의 박대


지금은 냉동 보관시설이 발달하면서 서대를 사시사철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옛날에는 꾸덕꾸덕 말렸다. 서대를 보관하려는 이유도 있지만 구이나 조림을 할 때가 제격이다. 제철은 늦여름에서 가을까지다. 회무침, 회, 구이, 찜, 매운탕, 조림 등 다양하게 요리할 수 있다.

서대의 장점은 손질이 간단하고 보관하기 좋다는 점이다. 큰 비늘이 없고 내장을 꺼내기도 쉬우며 비린내도 심하지 않다. 또한 체형이 납작해 차곡차곡 보관하기 좋고 넙치처럼 살이 많아 회수율도 높다. 그래서 말리기도 좋고 잘 마른다. 작으면 작은 대로 크면 큰 대로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다. 멸치처럼 보관해두었다가 그때그때 꺼내 쓰기에 좋다.

서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서대회무침이다. 여수가 자랑하는 10가지 맛 중 하나로 꼽는다. 여수 10미(味)는 돌산갓김치, 게장백반, 서대회, 여수 해산물 한정식, 갯장어회, 굴구이, 장어구이와 장어탕, 갈치조림, 새조개 샤부샤부, 전어회와 전어구이 등이다.

서대회는 막걸리 식초와 고추장, 상추, 양파, 당근, 깻잎 등 채소를 양푼에 넣고 비빈 것을 막걸리와 함께 먹는 것이 정식이다. 등뼈만 발라내고 뼈째 썰어도 씹는 데 문제가 없다. 무칠 때 막걸리 식초를 넣기 때문에 뼈가 좀 연해지기도 하고, 오히려 뼈가 아삭하니 식감을 더 돋우기도 한다. 서대회무침은 밥을 조금 넣고 김가루와 참기름을 넣고 비벼 먹으면 더욱 좋다.

서대와 비슷한 바닷물고기로 박대가 있다. 곧잘 이 둘을 헷갈린다. 박대는 군산과 서천이 마주하는 금강 하구에서 많이 잡힌다. 그런데 서대와 박대는 모양이 비슷해 구분이 쉽지 않다. 모두 눈이 없는 쪽은 흰색이며 눈이 있는 쪽은 갯벌이나 모래 등 주변 색에 따라 보호색을 띤다. 다만 서대는 갈색을 띠고, 박대는 좀더 어두운 색을 띤다. 박대는 서대보다 두 눈의 간격이 좁다. 그리고 성어가 서대는 30센티미터, 박대는 60~70센티미터로 박대가 서대보다 크다. 서대는 회로 좋고 박대는 말려서 굽거나 쪄서 먹는 것이 좋다는 사람도 있다.

서대회무침은 막걸리 식초 맛이다. 집집마다 서대 맛이 다른 것은 식초 맛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맛이 있다. 매일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서대구이는 자르지 않고 통째로 굽는다. 굽기 전에 등에 칼집을 3~4줄 넣는 것이 좋다. 미리 소금 간을 해두어도 되고 굽다가 소금을 뿌려도 된다. 조림을 할 때는 생물과 건어물 모두 써도 괜찮다. 마른 것은 쫄깃한 맛이 나고 생물로 요리하면 더 부드럽다. 다만 마른 것은 약한 불에 오래 조려야 한다. 육수가 자박자박할 때 그 육수를 서대에 끼얹으며 조리면 맛이 더 깊어진다.

서대회무침 맛의 비결은 막걸리 식초에 있다. 무침용은 서대를 많이 손질해야 한다. 서대 껍질을 벗기고 지느러미를 잘라내고, 밴댕이 속만큼이나 작은 내장을 꺼낸다. 내장이 적으니 먹을 것이 많다. 특히 참서대와 개서대가 양이 많다. 먹기 좋게 썬 다음 막걸리 식초를 붓고 갈무리를 한다. 막걸리 식초가 핵심이다. 좋은 막걸리를 병에 담아 솔잎이나 면포에 덮어 일주일 정도 보관하면 식초씨가 만들어진다. 그사이 하루에 몇 차례 흔들어주기만 하면 된다. 식초씨가 만들어지면 그것으로 계속 만들어간다. 윗 국물만 사용한다. 집집마다 식초 맛이 다르기 때문에 백인백미다. 그래서 맛있다. 표준화된 맛이 아니라 집집마다 손맛이 살아 있는 것이다.

군산에서는 안강망과 형망(桁網: 바닥을 끌면서 퇴적물을 긁어 채취하는 그물)을 이용해 박대를 잡는다. 박대만 잡기 위해 그물을 설치하지는 않는다. 금강과 만경강과 동진강이 만들어낸 갯벌이 살아 있을 때는 형망을 이용하거나 그물을 쳐서 박대를 많이 잡았다. 지금은 이곳 갯벌은 새만금 간척 사업으로 사라졌고 방조제 밖에서도 조업을 할 수 없다. 멀리 작은 섬 연도까지 나가서 형망으로 바닥을 긁을 때 박대가 좀 잡혔다. 박대 어획량은 줄어들고 그 맛을 아는 소비자는 늘어나면서 중국의 수입산 박대가 가공 판매되고 있다. 군산에 박대 가공시설이 들어오면서 인천, 서천, 부안 일대의 박대들이 군산으로 들어오면서 ‘군산 박대’라는 브랜드도 생겨났다.

군산 박대를 알리기 위해 만들어낸 것 같지만, 전어와 며느리의 관계를 비유해 ‘결혼한 딸, 박대 철에 돌아온다’는 말과 ‘박대 무시하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도 있다. 또 ‘눈치만 보다가 박대 눈 된다’는 말도 있다. 옛날부터 군산의 가정집에 박대는 기본이었다. 지금은 귀한 손님이 올때나 내놓을 만큼 귀한 생선이 되었다.

군산에서는 ‘결혼한 딸, 박대 철에 돌아온다’는 말이 있고, 서천에서는 박대 껍질을 이용해 박대묵을 만들기도 한다. 서천의 박대묵.
 

서천에서는 겨울철에 박대 껍질을 이용해 박대묵을 만들었다. 껍질을 모아 말려두었다가 4~5차례 씻은 후 가마솥에 넣고 팔팔 끓여 물이 미끈미끈해지면 받쳐서 식혀두면 다음 날 박대묵이 완성된다. 탱탱하고 벌벌거려서 ‘벌벌이묵’이라고 불렀다. 겨울철 야식으로 좋고, 보릿고개를 넘길 때 먹기도 했다. 지금은 구경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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