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아침 6시 정도에 일어나. 같이 걸을 사람이 없으니까 8시 반까지 책을 들고 걸어. 날씨가 좋으면 … 가끔 우리는 아침에 걸어. … 차를 마신 후에 다 같이 8시까지 걷지. 그러고 나서 정원에서 혼자 오랫동안 걸어. 특히 달빛을 받으며 걷거나, 황혼이 질 무렵 걷는 게 좋아. 이럴 때 곁에 없는 친구들을 생각해.
- 도로시 워즈워스가 제인 폴라드에게, 1791년 3월 23일
1799년 12월 도로시 워즈워스는 오빠인 윌리엄과 함께 더럼주의 삭번에서 출발해 웨스트모어랜드에 있는 켄달까지 70마일을 걸었다. 둘은 그들이 태어난 고향인 레이크 지역으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1783년 고아가 된 후로 도로시는 형제자매들을 떠나 오랫동안 다른 곳에서 살았다. 울퉁불퉁한 길과 산길을 거쳐서 윌리엄과 도로시 남매는 그들이 같이 살기로 계획한 곳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곳은 불과 몇 주 전에 윌리엄이 그래스미어에서 찾은 도브 코티지였다. 페나인을 횡단한 그들의 여행은 눈보라가 몰아치고 도로가 꽝꽝 어는 데다 긴 여행 끝에 지치기도 하고, 한겨울이라 날이 금방 저물어서 어둠 속에서 몇 마일씩 걷는 등 무척 힘들었다. 하지만 둘은 나란히 서서 굳세게 산을 넘고 어마어마한 거리를 빠르게 걸었다. 그들은 앞으로도 몇 년 동안 이렇게 같이 걷게 된다. 마침내 켄달에 도착했는데 전날에는 4시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무려 17마일을 걸었다. 그것은 “도로시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야기하게 될 경이로운 위업이었다”고 윌리엄은 썼다. 켄달에서 가구를 산 남매는 현명하게 역마차를 타고 새집으로 가는 마지막 여정을 출발해서 여러 개의 산 사이로 해가 질 무렵 그래스미어에 도착했다.
도로시 워즈워스와 그녀의 오빠가 집으로 가는 여행을 시작했을 무렵, 재미로 하는 걷기는 엘리자베스 카터가 켄트 지방을 배회할 때보다는 덜 색다르게 여겨졌다. 지난 20년 동안 많은 도보 여행자들이 유명한 관광지, 역사적 유적과 신비로운 기념물을 찾아 영국곳곳을 찾아갔다. 도로시 워즈워스가 세상을 떠날 무렵 등산은 상대적으로 흔한 취미가 됐고, 워즈워스 본인은 나중에 인기 있는 스포츠가 될 등반을 개척하는 데 많은 역할을 했다. 그녀는 친구인 매리바커, 가이드와 함께 1818년 스코펠 봉을 오른 사람 중 하나다.
하지만 재미로 걷는 능력은 엘리자베스 카터가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일정 수준의 재정적 자유와 사회적 지위 여하에 달려 있었다. 도로시 워즈워스는 걸을 수 있는 자유를 힘들게 얻어냈다. 그녀는 일찍 고아가 됐고 열두 살에 전국에 흩어져 있는 친척들이나 친구들과 살아야 했다. 가끔은 그런 생활이 행복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노리치에 있는 외삼촌 윌리엄 쿡선과 살 때 그랬다. 도로시는 유년기의 몇 년을 그곳에서 보냈다. 스톡턴에 있는 부모의 오랜 친구인 허친슨 네에서 살 때도 행복했다. 하지만 비참할 때도 많았다. 특히 매정하고 엄격한 할머니와 펜리스에서 살 때 그랬다. 어쨌든 그녀는 20대 초반까지는 타인의 자비와 허락에 의지해야 했고, 그것도 그녀를 거둬주는 사람들의 형편이 괜찮을 때까지였다. 그녀의 오빠들은 남성이기 때문에 대학이나 바다, 유럽으로 갈 수 있었던 반면 도로시는 친척들이 뭘 제안하든 그걸 받아들여야 했다.
그녀에게 도브 코티지는 새집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그 집은 그녀에게 독립과 자유의 상징이었고, 도로시와 윌리엄이 어렸을 때 잃어버린 가족의 집을 되살릴 뿐만 아니라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보낼 기회를 제공했다. 그들은 걷고 싶었다. 도브 코티지는 그야말로 그들의 ‘꿈이 이뤄진 곳’이었다. 그들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남매는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분이 내키면 정원에서 식물을 채집하고, 피곤하면 자고, 집안일을 하다가 걷고 싶으면 밖으로 나갔다. 열정적이고 유능한 산책자인 도로시는 그래스미어에 도착한 초기 몇 달 동안 거의 매일 나가서 그 지역의 구석구석을 걸어 다녔다. 산책은 종종 현실적인 목적이 있었다. 워즈워스 남매는 집은 있어도 돈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도로시는 걸어서 우편물을 받으러 가고, 장작을 주워오고, 숲에서 식물을 캐고, 이웃을 방문했다. 하지만 갔던 길로 다시 돌아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보다는 한적하고 외딴곳을 거니는 편을 선호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덜 다니는 길을 알아냈다. 도로시가 나이 들어가면서 서서히 건강이 안 좋아지다가 마침내 치매로 침실 밖을 나오지 못하게 될 때까지 그런 산책이 그녀의 생활 방식이었다.
'인문 > <자기만의 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05. 해리엇 마티노 (2) | 2022.04.24 |
---|---|
04. 사라 스토다트 해즐릿 (2) | 2022.04.22 |
03. 엘렌 위튼 (2) | 2022.04.21 |
01. 엘리자베스 카터 (2) | 2022.04.19 |
00. <자기만의 산책> 연재 예고 (1) | 2022.04.1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