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호기심이 아주 많은 것 같았다. 특히 하일랜드 사람들이 더 그랬다. 그리고 그들은 질문을 던지기 전에 대개 이런 식으로 말문을 뗐다. “오늘은 무지 덥지요.” “아, 정말 덥네요.” “오늘 얼마나 멀리 나왔는지 말해줄 수 있나요” “저는 크리프와 C를 거쳐서 왔어요.” “와! 진짜 무지하게 피곤하겄어요. 그래서 어데로가요” “스털링이요.” “아이구, 거긴 아주 먼디. 밤에나 도착하겄어요.” “아, 전 아주 잘 걸어요. 3주 전에는 170마일이나 걸었어요.” “맙소사! 그럼 당신은 크리프 사람이 아니구먼요”
- 사라 스토다트 해즐릿, 1822년 6월 1일 일기
1822년 4월 21일 리스 스맥 수퍼브호를 타고 에든버러에 도착한 사라 스토다트 해즐릿은 그야말로 한 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미래를 향해 부두에 올라섰다. 그녀는 템스강에서 7일 동안 동해안을 따라왔다. 14년 동안 결혼 생활을 이어온 남편이자 수필가인 윌리엄 해즐릿(William Hazlitt)과 이혼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런던에서 하숙하고 있는 집의 십 대 딸에게 정신없이 빠져 있었다. 영국 법에 따라 이혼하기에는 돈도 사회적 영향력도 부족했던 해즐릿은 에든버러에서 창녀의 품에 안겨 있는 자신을 아내에게 ‘들킨다는’ 계획을 짰다. 에든버러에서는 스코틀랜드 법에 따라 잉글랜드보다는 좀 더 신속하고 저렴한 비용에 이혼할 수 있었다. 사라가 에든버러에서 석 달을 머무는 동안 남편의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위증을 해야 하고, 그런 추잡한 계획에 공모해야 하는 현실에 죄책감과 불안을 느껴서 병이 난다. 그 시기에 그녀는 마음속에 소용돌이치는 그 복잡한 감정을 간결하게 일기에 적었다. 그녀는 일기에 자신이 이혼하게 된 정황과 틈이 날 때마다 몇 마일이나 걸었는지 썼다. 걸으면서 숨이 막힐 것같이 갑갑한 변호사 사무실과 앞으로 혼자 살아가야 하는 고통스러운 미래의 전망과 그에 따라 찾아올 자유 비슷한 것을 즐기며 에든버러와 그 근교를 배회할 수 있었다. 걷기는 남편의 강압적인 행동 때문에 약해진 그녀의 심신을 회복시키는 중요한 해독제가 됐다.
에든버러에 도착한 초반의 몇 주 동안 사라의 시간은 법적인 문제 처리와 도시 탐험으로 양분됐다. 남편과 그녀 둘 다 우연히 에든버러에 왔다는 사기극을 유지하기 위해 남편인 윌리엄과의 연락은 변호사나 중재인을 통했다. 윌리엄이 사라의 에든버러 체재 비용을 대고 그 대가로 그녀는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지 전혀 몰랐다는 거짓 증언을 해서 이혼이 성립되도록 하는 것이 이 부부가 맺은 계약 조건이었다. 사무변호사들이 법적 서류를 갖추거나 그저 간단한 질문에 대한 솔직한 대답을 들어보려고 기다리는 며칠 동안 사라는 에든버러와 그 너머까지 걸어 다니면서 유명한 관광지(칼튼 힐, 아서시트)나 외진 곳에 있는 장소(라스웨이드, 로슬린 글렌)나 똑같은 열의를 품고 찾아다녔다. 이런 소풍을 갈 때 그녀는 대개 혼자 걸었는데 몇 시간씩 걷는 건 예사고, 때로는 몇 마일씩 걸었다.
5월 중순에 윌리엄은 에든버러를 잠시 떠나 글래스고에 있는 앤더슨 대학에서 강의하고, 그 후에 하일랜드 남부를 걷기로 했다. 그가 에든버러를 떠나서 법적 절차를 진행하는 것도 일시적으로 중단됐기 때문에 사라도 잠시 에든버러를 떠날 수 있었다. 그녀는 5월 14일 리스로 돌아와 다른 배를 탔다. 이번에는 포스를 따라 스털링까지 북서쪽으로 향했다. 돈도 별로 없고, 일기장에 별다른 언급도 하지 않은 채 사라는 아주 특별한 모험을 시작할 참이었다.
1820년대에는 최남단에 있는 하일랜드를 통과해서 여행하는 관광객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특히 그 지역을 배경으로 월터 스콧(Walter Scott) 경이 쓴 무수한 작품들을 읽고 온 사람들이 많았다. 그 작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스콧 경이 그토록 아름답게 묘사한 호수와 언덕을 보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여행자가 찾아왔다. 스코틀랜드도 아닌 다른 지방에서 온 여인이 그곳을 혼자 걸었다는 이야기는 듣도 보도 못한 일이었지만, 사라는 그렇게 했다. 동행도 없고, 가끔 가이드만 동반한 채 스털링에서 하일랜드로 1주일 동안 지속될 최남단 투어를 시작했다. 명소도 많이 갔지만 (레니 폭포, 카트린 호수, 클라이드 폭포) 때로는 일반적인 관광 코스를 벗어날 때도 꽤 많았다.
이 여행에서 사라는 매일 20마일에서 30마일을 걸었고, 여러 곳에서 육체적 위험에 처했지만 대개 용기와 명랑한 성품으로 버텨냈다. 이 여행에서 그녀는 에든버러로 돌아가기까지 180마일을 걸었다. 여행 도중에 마주치는 뜻밖의 만남과 우연을 즐겼고, 힘들게 걸은 후에 먹고, 씻고, 자는 아주 단순한 행동에서 큰 기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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