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속에서 내 권리를 찾는 일은 상대를 압박하거나 강요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이는 대화할 때 심리적으로 서로 평등해야 가능하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은 물론 상대에 대한 예의이자 책임이다.
예를 들어보자. 당신이 어떤 여인과 사랑에 빠졌다. 그래서 그녀가 뭘 하자고 하든지 계속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자의 뜻에 무조건 따른다고 좋은 결과가 있을까? 상대는 당신이 주관도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당신이 상대를 위해 뭔가를 해주면 거기에 대한 일정한 보상을 받아내야 한다. 관계는 주고받는 것이지 일방적이지 않다. 어떻게 말해야 상대에게 보상과 이익을 얻어낼 수 있을까? 아래 대화를 살펴보자.
여자 : “우리 원래 일요일에 같이 밥 먹기로 했잖아. 근데 요일을 바꿨으면 좋겠어.”
남자 : “좋아. 문제없어.”
여자 : “토요일로 바꾸고 싶어.”
남자 : “좋아.”
여자 : “지난번에는 사천요리집 말했었는데 홍콩요리집으로 가고 싶어.”
남자 : “좋아.”
여자 : “그럼, 금요일에 다시 정하자. 어쩌면 토요일에 많이 바쁠 수도 있거든.”
남자 : “좋아.”
남자가 네 번이나 ‘좋아’라고 했다. 상대를 매우 배려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상대에게 반감을 줄 수도 있다.
여자 : “우리 원래 일요일에 같이 밥 먹기로 했잖아. 근데 요일을 바꿨으면 좋겠어.”
남자 : “좋아. 문제없어.”
여자 : “토요일로 바꾸고 싶어.”
남자 : “일요일에 무슨 일 있어?
여자 : “응. 여동생이 지방에서 올라온대.”
남자 : “그래. 좋아.”
여자 : “근데 요즘에 사천요리가 별로 안 먹고 싶어서 그러는데 우리 홍콩요리 먹으러 가는 건 어때?”
남자 : “아, 내가 유명한 홍콩식당을 알아. 그럼 내가 토요일에 먼저 가서 맛을 좀 볼게. 만약에 괜찮으면 일요일에 네 여동생도 함께 데려와. 우리 셋이 같이 먹자.”
여자 : “그래, 좋아.”
이 대화에서는 남자가 여자의 일정 변경에 동의하는 동시에 여자의 스케줄을 알아내는 것으로 보상을 받았다. 또 상대에게 가치 있는 것을 제공함으로써 자신 역시 이익을 얻었다. 즉 좋아하는 여자의 가족 앞에서 자신을 뽐낼 기회를 얻은 것이다. 이 남자는 매우 똑똑한 사람이다. 마지막에 ‘우리’라는 단어를 사용해 자연스럽게 상대와의 거리를 좁혔기 때문이다. 모든 대화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된 느낌이다.
화제를 바꿔 만일 당신이 여성이고 정말로 좋아하는 남성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당신은 그와 어떻게 관계를 이어나가야 할지 잘 모른다. 매번 그 남자가 당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당신은 만사 제쳐놓고 달려간다. 그런 관계가 계속 이어지다 보면 설령 그가 당신의 연인이 된다고 해도 불안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또 계속해서 그가 당신을 좋아하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방법은 있다. 당신이 그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었을 때 당신을 향한 그의 인정을 받아내는 것이다. 다음의 두 대화를 함께 살펴보자.
여자 : “매일 저녁마다 전화하는데 항상 너는 바쁘다고만 하잖아. 그리고 넌 나한테 먼저 전화한 적이 한 번도 없어.”
남자 : “이번 주는 정말 바빴어.”
여자 : “그럼 주말에는 시간 있지? 나랑 같이 밥 먹어.”
남자 : “스케줄 좀 볼게.”
여자 : “아무리 바빠도 먹어야 해. 토요일로 해. 알겠어?”
남자 : “알았어.”
이 대화에서 여성은 자기의 권리를 모두 포기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아가 상대에게 즐거움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정복당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남자가 함께 식사를 하겠다고 대답했지만 마지못해 억지로 대답했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다.
여자 : “이번 주는 정말 바빴지? 지난주에는 네가 먼저 전화를 걸었잖아. 별로 얘기한 건 없었지만 그래도 정말 즐겁고 기뻤어.”
남자 : “미안해. 이번 주에 신입사원들이 들어와서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
여자 : “이해해. 네가 팀의 리더니까 먼저 모범을 보여야지. 그럼 혹시 이번 주에 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했던 거 있어?”
남자 : “이번 주는 밥 먹을 시간도 없었어.”
여자 : “중식이 좋아? 양식이 좋아? 주말에 나랑 같이 밥 먹자.”
남자 : “양식 먹으러 가자. 이번 주말에는 제발 잔업이 없었으면 좋겠다.”
이 대화에서 여성의 제안을 남자가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이유는 그녀가 시종일관 그의 편에 서서 생각하고 이해하면서 그에게 주도권을 넘겼기 때문이다. 비록 모든 것이 그녀의 계획대로 흘러갔지만 보통 단순한 남자들은 모든 것을 자기가 정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앞으로 훨씬 더 주동적으로 행동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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