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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본삼국지 2>

17. 장막 안에 앉아 100리 밖의 싸움 이겨

by BOOKCAST 2022.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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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가 심사 뒤틀린 소리를 했다.
“형님은 어찌하여 그 물을 내보내지 않소?”

【유비가 제갈량을 물에 비유한 것을 비꼬는 말이었다.】

“슬기는 공명에게 의지하고 용맹은 두 아우를 믿어야 하는데 사절해서야 되겠는가?”

관우와 장비가 나가고 유비가 제갈량을 청하자 그가 말했다.
“다만 운장과 익덕이 내 지휘를 듣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주공께서 저에게 군사를 움직이게 하시려면 검과 도장을 빌려주시기 바랍니다.”

 


유비가 검과 도장을 주자 제갈량은 장수들을 모아 명령을 듣게 했다. 장비가 관우에게 쑥덕거렸다.
먼저 명령을 들어보고 어떻게 군사를 움직이나 봅시다.”

제갈량이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박망은 여기서 90리 거리인데 그 왼쪽에 산이 하나 있으니 예산이라 하고, 오른쪽에 숲이 하나 있으니 안림이라 하오. 산과 숲에 모두 군사를 매복할 수 있소. 운장은 1000명 군사를 이끌고 예산으로 가서 매복하시오. 적군이 오면 놓아 보내야지 싸워서는 아니 되오. 그들의 군수품과 군량, 말먹이 풀은 반드시 뒤에 있으니 남쪽에서 불이 일어나면 바로 나아가 불태우시오. 익덕은 1000명 군사를 이끌고 안림 뒤 골짜기에 매복해 남쪽에서 불이 일어나면 바로 나아가 박망성에 쌓아둔 군량과 말먹이 풀을 불태우시오. 관평과 유봉은 500명 군사를 이끌고 장작을 갖추어 박망파 뒤에서 기다리다 밤이 되어 그쪽 군사가 오면 불을 지르면 되오.”

제갈량은 또 번성에 있는 조운을 불러 선봉으로 삼는데, 이기지 말고 져야 하며 군사를 구불구불 움직여 뒤로 물러서야 한다고 명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유비에게 말했다.
주공께서는 몸소 군사 한 대를 이끌고 후원군이 되어주십시오. 각자는 반드시 계책에 따라 움직여야 하니 잘못이 있어서는 아니 되오.”

관우가 물었다.
우리는 모두 현에서 100리 떨어진 곳에 나가 적을 맞아 싸우는데, 군사는 무슨 일을 하시오?”

나는 앉아서 현을 지키겠소.”

제갈량의 배짱 좋은 대답에 장비가 어이없다는 듯 껄껄 웃었다.
우리는 모두 나가 싸우는데 당신은 집에 앉아 있겠다니 참 편하구먼!”

제갈량이 날카롭게 말했다.
검과 도장이 여기 있으니 명령을 어긴 자는 참하겠노라!”

말이 거칠어지자 유비가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아우는 장막 안에 앉아 계책을 짜서 1000리 밖 싸움에서 이긴다라는 말을 듣지 못했는가? 두 아우는 명령을 어겨서는 아니 되네.”

장비는 픽픽 웃으며 밖으로 나갔다. 관우도 제갈량이 미덥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우선 그의 계책이 맞아떨어지는지 보세. 그때 따져도 늦지 않네.”

두 사람이 떠나는데, 다른 장수들도 아직 제갈량의 능력을 몰라 의심이 가시지 않았다. 제갈량이 유비에게 말했다.
주공께서는 곧 군사를 이끌고 박망산 아래에 가서 주둔하십시오. 내일 황혼에 적군이 올 테니 반드시 영채를 버리고 달아나다 불이 일어나는 것이 보이면 바로 군사를 되돌려 몰아치십시오. 저는 미축, 미방과 함께 500명 군사를 이끌고 현을 지키겠습니다.”

제갈량은 손건과 간옹에게 승전을 축하하는 잔치를 준비하게 하고, 공로장을 만들어 공로를 기록할 준비도 하라고 일렀다. 이렇게 해서 장졸들을 나누어 보내는데 유비조차 영문을 알 수 없어 의심이 가득했다.
 
하후돈이 군사를 이끌고 박망성에 이르러, 정예를 반으로 나누어 선두로 삼고 반은 군량 수레를 지키며 나아가게 했다. 때는 가을이라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군사가 길을 재촉하는데 갑자기 앞에서 먼지가 일어, 하후돈은 군사를 벌려 세우고 길잡이에게 물었다.
여기는 어디냐?”

저 앞이 바로 박망파이고 뒤쪽은 나천구입니다.”

하후돈은 우금과 이전에게 진을 지키게 하고 앞으로 말을 몰아 나갔다. 멀리서 군사가 마주 오는 모습이 보이자 하후돈이 갑자기 껄껄 웃어 장수들이 물었다.
장군은 어찌하여 웃으십니까?”

서원직이 승상 앞에서 제갈량을 하늘 위의 신선처럼 높여 세우던 것이 우스워서 그러네. 지금 그가 군사를 부리는 꼴을 보았는데, 이따위 군사로 선봉을 세우니 그야말로 개와 양을 내몰아 호랑이와 표범과 싸우게 하는 꼴이 아닌가? 내가 승상 앞에서 유비와 제갈량을 사로잡겠다고 장담했는데 내 말이 맞아떨어지게 되었네.”

그는 곧 말을 달려 나아갔다. 신야의 군사가 진을 치더니 조운이 말을 타고 나와서 하후돈이 먼저 욕했다.
너희가 유비를 따라다니니 외로운 넋이 귀신을 따르는 꼴이로구나!”

조운이 크게 성을 내고 말을 달려 싸우러 왔으나 몇 번도 어울리지 못하고 달아나니 하후돈이 쫓아갔다. 조운은 10여 리 가다가 말을 돌려 몇 합 싸우고 또 달아났다. 한호가 말을 다그쳐 하후돈에게 충고했다.
조운이 유인하는 것을 보니 매복이 있을까 두렵습니다.”

그러나 하후돈은 한창 신이 나는 판이었다.
적군이 저 꼴이니 매복이 열 군데에 있다 해도 무서울 게 무언가?”

그는 한호의 말을 듣지 않고 박망파까지 쫓아갔다. 포 소리가 !’ 나더니 유비가 몸소 군사를 이끌고 달려 나오자 하후돈이 웃으며 한호에게 말했다.
이게 바로 매복 군사라네! 내가 오늘 밤 신야에 이르지 않고는 맹세코 군사를 물리지 않겠네!”

그가 군사를 재촉해 달려가자 유비와 조운은 싸우자마자 돌아서서 달아났다. 날이 이미 저물어 짙은 구름이 하늘에 가득하고 달빛도 없는데, 낮부터 바람이 일더니 밤이 되면서 점점 거세졌다. 하후돈은 한사코 군사를 재촉해 유비와 조운을 쫓아갔다. 우금과 이전이 어느 좁은 곳에 이르자 양쪽이 모두 갈대여서 이전이 말했다.
적을 깔보면 반드시 패하게 마련이오. 남쪽 길은 좁고 산과 개울이 붙어 있는데 나무가 마구 우거졌으니 적이 불로 공격하면 어떻게 하겠소?”

우금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 말이 옳소. 내가 나아가 도독에게 알리겠소. 그대는 후군을 멈춰 세우시오.”

이전이 고삐를 당겨 말을 돌리고 높이 외쳤다.
후군은 천천히 가라!”

그러나 한창 달려가던 사람과 말이 쉽사리 멈추어 설 수 없었다. 우금은 말을 급히 몰며 목청을 돋우어 소리쳤다.
전군의 도독은 잠시 멈추십시오!”

신이 나서 달려가는 하후돈을 우금이 따라잡았다.
남쪽 길이 좁고 나무가 우거져 불로 공격하는 것을 방비해야 합니다.”

하후돈은 그제야 문득 깨달아 곧바로 말을 돌리고 군사들에게 명했다.
전진하지 마라…….”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등 뒤에서 고함이 하늘땅을 울리며 불길이 솟구쳐 길게 뻗었다. 뒤이어 양쪽 갈대에도 불이 붙어 순식간에 사방이 벌겋게 불길에 휩싸였다. 바람이 세차 불길이 점점 기승을 부리니, 조조 군사는 서로 밀고 당기며 짓밟혀 죽은 자가 얼마인지 헤아릴 수 없었다.

이때 조운이 군사를 되돌려 공격하자 하후돈은 연기와 불을 무릅쓰고 정신없이 달아났다. 형세가 불리한 것을 보고 이전이 급히 돌아서서 박망성으로 달려가는데 불빛 속에서 한 떼의 군사가 가로막으니 앞장선 대장은 관우였다. 이전은 어지러이 싸워 길을 빼앗아 달아났다. 우금은 식량과 말먹이 풀이 모두 불타버린 것을 보고 오솔길을 찾아 도망쳤다.

하후란과 한호가 군량과 말먹이 풀을 구하러 오다 장비와 맞닥뜨려, 몇 합 싸우지 않아 장비가 한 창에 하후란을 찔러 죽이니 한호는 간신히 몸을 뺐다. 날이 훤하게 밝을 무렵까지 싸우고 유비의 장수들이 군사를 거두자 조조 군사의 시체가 들판에 가득했다. 하후돈은 패잔병을 이끌고 허도로 돌아갔다.
제갈량이 군사를 거두니 관우가 장비에게 감탄했다.
공명은 참으로 영걸이로구나!”

장비도 맞장구를 쳤다.
맞소, 공명은 진짜 영걸이오!”

몇 리를 가지 못해 미축과 미방이 군사를 이끌어 자그마한 수레 한 대를 에워싸고 나오니, 수레 속에 단정히 앉은 사람은 제갈량이었다. 관우와 장비는 말에서 내려 수레 앞에 엎드렸다. 잠시 후 유비와 조운, 유봉, 관평이 모두 이르러 군사들을 모으고, 이번에 얻은 군량과 말먹이 풀, 군수품을 장졸들에게 상으로 나누어 주었다. 신야로 개선하니 백성들이 멀리서 일어나는 먼지를 바라보고 모두 길을 막고 엎드려 절했다.
우리가 목숨을 부지하게 된 것은 모두 사군께서 크게 현명한 이를 얻으신 덕분입니다!”

제갈량은 현으로 돌아와 유비에게 말했다.
하후돈은 비록 지고 돌아갔으나 조조가 반드시 직접 대군을 이끌고 올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겠소?”

유비가 묻자 제갈량이 말했다.

저에게 조조의 군사와 맞설 계책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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