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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생활·요리/<결혼부터 아이까지>

06. 아이에게 하는 내 말은 왜 명령어가 대부분일까?

by BOOKCAST 2022.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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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교육 쪽 사업을 하는 지인의 말에 의하면 학부모를 상담할 때마다 학생들이 엄마를 참 미워하는 것을 알게 된다고 한다.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이들은 엄마와 말을 거의 하지 않거나 싸우는 것이 대부분이고 고등학생쯤 되면 학업에 잔소리하거나 강요하는 엄마를 너무나 미워한다고 한다. 물론 내가 엄마이기 때문에 엄마의 입장만 쓰는 것이지만 그것이 아빠가 될 수도 있다. 그 얘기를 들을 때 나는 우리 아이들이 커서 나와 거리감을 두거나 나를 미워하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이 들기 시작했다.

나의 행동들을 돌아봤을 때 가능성은 매우 컸다. 선천적으로 착하고 배려심이 강한 쌍둥이 큰아이는 물론 대놓고 나를 미워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랑 보이지 않은 거리를 둘 수도 있을 것이다. 날 닮아서 반항적이고 해야 할 말을 꼭 해야 하는 성격의 작은아이는 나와 대립이 대단히 클 것으로 예상이 된다. 왜 그런 생각이 드는 걸까? 나는 나를 좀 더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아이들하고 많은 이야기를 하고,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하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아이들과 하는 말 중에 아이들과 교감을 형성하는 말이 거의 없었다.

아침 눈뜨자마자 저녁 잠들기까지 나의 말은 하나같이 명령어(지시어)나 협박어 아니면 내가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질문 등이 대부분이었다.

“늦었어, 빨리 준비해, 그만 오락해, 숙제했어?, 밥 빨리 먹어야지, 빨리 씻고 잘 준비해, 오늘 누구랑 놀았어?, 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어? 뭐 배웠어? 이거 하면 오락 시간 더 줄게, 이거 다 안 끝내면 너희 이거 못한다, 엄마 힘들어, 바빠, 할 것 다 했어???”등


그리고 아이들이 나한테 하는 말도 생각해 봤다.

“엄마 나 여기 아파, 오늘 이거 입고 갔는데 더웠어, 이거 안 먹을래, 이거 끝나면 저거 해도 돼? 내일 뭐 가져가야 해, 오늘 누구랑 놀았어, 이것 좀 해줘” 등 내가 정확하게 한 말들에 상응하는 답변들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런 종류의 말 말고 어떤 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학교 갔다 와서 하루에 그나마 얼마 안 되는 시간 동안 아이와 대화할 때 대부분 이런 말들만 오고 간다.

그러니….

앞으로 이런 말들만 계속 쌓이다 보면 도대체 우리의 관계가 무엇이 될까? 양보다 질이라는 말이 실감 나는 순간이다. 이런 말들만 쌓이다 보면 결국 아이들과 교감은 못 하고 관계가 소원해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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