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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엄마의 첫 SNS>

02. “그거 아니어도 충분히 바빠”

by BOOKCAST 2022.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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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를 권유하면 대번에 나오는 말이 무얼까? “바쁘다”이다. 왜 바쁜지, 무슨 일로 바쁜지 세세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모두 각자의 이유가 있다. 어쨌든 ‘일이 많아서 딴 일할 겨를이 없다’, ‘한 가지 일에만 매달려 딴 거 할 겨를이 없다’ 이런 뜻이다. 한마디로 SNS를 할 여유가 없다는 소리다.

평균적으로 SNS를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어느 정도 될까? 완벽을 요하는 사람들은 한참 더 시간이 걸리기도 하지만, 조금만 익숙해지면 인스타그램은 10분, 블로그도 한 시간 정도면 쓸 수 있다. 그런데 하루 중 이 시간도 내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그 시간을 써야 할 이유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그녀는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 맘이다. 그녀가 터울이 많이 나는 둘째를 낳고 육아휴직을 하던 시기에 우리는 만났다. 1년 남짓한 시간, 그녀와 나는 여러 번 독서 모임에서 마주쳤다. 그러던 중 그녀는 복직을 했고 얼마 되지 않아 퇴사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동안 회사가 나인 줄 알고 살았다면서.

간혹 마주칠 때마다 그 이야기를 했지만 딱히 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그녀가 블로그 수업에 왔다. 회사 일하랴, 아이 돌보랴 바빴던 그녀는 일주일에 두 개의 포스팅을 하는 것도 버거워 했다. 그런데 승진에서 밀리고 젊은 사람들에게 치이는 고달픈 회사 생활을 버텨 내면서도 그녀는 SNS를 놓지 않았다.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처럼 어떻게든 해야 했고, 정해진 양을 채우지 못했을 때는 벌금도 내면서 그렇게 6개월 이상을 지속했다.

어느 순간, 그녀는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퇴사 준비생이라는 이름으로 퇴사를 준비할 때 필요한 책을 읽는 모임을 꾸리고, 그 마음을 브런치에 쓰기 시작했다. 꾸역꾸역 기록을 해 나가는 동안 그녀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엄마들이 한 명 한 명 그녀 곁에 모였다. 그녀의 프로젝트에 반응이 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의 애씀이 세상과 교집합을 이룬 순간이었다.

누구나 나름의 바쁨이 있다. 중요한 건 우선순위가 아닐까. 일상이 뭉뚱그려 있을 때는 무엇이 내 삶의 우선순위인지 알 수가 없다. 그저 불필요한 바쁨 안에 나를 넣어 두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녀가 바쁘지만 SNS를 놓지 않았던 것은 그녀의 우선순위에 회사 보다 퇴사가 먼저였기 때문이다.

버릇처럼 바쁘다고 얘기하는 사람은 자신의 일과를 한번 주르륵 펼쳐 보았으면 좋겠다. 내가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기 위해서다. 그런 시간을 하나씩 소거하다 보면 그 사이사이 빈 공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에게 인스타그램을 권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0분 정도 아주 짧은 시간 동안 하는 나의 기록이 언젠가 필요한 시기에 내게 힘이 되는 순간이 분명히 올 테니 말이다. 그러니 아무리 바빠도 오늘의 10분을 미래의 어느 날을 위해 저축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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