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나는 전자발찌를 채우는 사람입니다>

04. 성범죄자들이 가진 의외성에 집중하자

by BOOKCAST 2022. 5. 15.
반응형
 


우리 주변에 이웃으로 있다

당신의 이웃을 성범죄자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말도 안 될 것 같지만, 나는 당신의 이웃이 성범죄자일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많은 성범죄자가 사회 안에서 평범하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전자발찌 대상자를 관리하는 사람이다. 나는 그들의 집, 직장, 주변인, 관계 맺고 있는 사람들, 수시로 이동하는 곳부터 특정 지역으로의 이동까지 일거수일투족을 긴밀하게 관리, 감독한다. 그렇게 보호관찰하며 보건대, 그들은 절대 유별나거나 눈에 띄지 않는다. 겉모습은 너무도 평범하며, 어쩌면 동네 아이의 인사를 잘 받아주거나, 집 앞을 매일 쓸고 닦는 깔끔한 사람일 수도 있다. 즉, 우리는 겉모습으로 절대 그들을 알아볼 수 없다. 게다가 성범죄자라고 해서 모두 전자발찌를 부착하거나 신상 정보가 고지되는 것도 아니다. 그저 평범한 옆집 사람, 상가 주인, 친절한 경비원 등의 모습으로 우리 주변에 살고 있을 뿐이다.


인상이 좋다

영화 <관상>에서 수양대군 역 이정재의 얼굴에는 커다란 흉터가 나 있어 왠지 난폭하고 악하게 느껴진다. 이정재는 관상가 역 송강호에게 묻는다. “내가 왕이 될 상인가.”

관상은 사람을 생김새와 인상을 보고 운명과 성격, 선한지 악한지를 따진다. 심지어 얼마나 장수할 수 있을지도 안다고 한다. 가능한 이야기인가?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범죄가 일어나기 전에 범죄를 예측해 막는 ‘프리크라임’이라는 최첨단 시스템이 나온다. 범행이 일어날 장소와 범인을 미리 알려줘 범죄를 막는다. 그렇다면 관상도 성범죄자를 미리 알아내는 도구로 사용한다면 범죄를 예방할 수 있을까?

물론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야기이다. 관상에서 말하는 범죄자의 관상은 수양대군 역의 이정재처럼 얼굴에 상처가 있지도, 악한 기운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공개된 성범죄자의 얼굴만 봐도 느껴지지 않는가. 오히려 너무 평범해서, 결박하고 있는 형사들의 얼굴이 더 무섭게 느껴지기도 한다.


친절하다

내가 관리하는 대상자 중 아주 친절한 사람이 있다. 그는 항상 웃으며 인사하고 악수를 빼놓지 않는다. 잔혹한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친절하고 예의 바르다. 사실 발찌 대상자 대부분은 자신의 범죄가 이웃에게 노출될까 두려워 내가 연락 없이 방문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나 그는 늦은 시간에 불쑥 방문해도 “늦은 시간에 어떻게?”라며 웃으며 맞이한다. 그는 직장 내 평판도 좋을뿐더러, 보호관찰 직원들에게도 친절하다.


그들의 친절함은 타인의 호감을 사기 때문에 위험하다. 친절함을 싫어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가 성범죄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들은 친절함을 무기로 여성에게 쉽게 다가간다. 다소 험상궂게 생긴 사람도 친절하면 금세 사람들의 호감을 살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회사에서 친해진 여성에게 술을 마시자고 하고, 마시다가 술에 수면제를 타서 성폭행을 시도한다.

이유 없이 친절한 사람은 누구라도 조심해야 한다. 십년지기 친구보다 더 친절하게 다가오는 사람은 대부분 목적이 있다. 하물며 영업을 하는 사람도 물건을 팔기 위해 친절함을 무기로 삼지 않는가. 성범죄자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여성을 취하기 위해 친절함을 무기로 삼는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