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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공학/<스마트시티 에볼루션>

02. 국가 정책으로 자리 잡은 스마트시티

by BOOKCAST 2022.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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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플랫폼 기반 연계 서비스

2010년 전후로 스마트시티와 관련해 두 가지 큰 외부 환경의 변화가 일어났다.
첫째, 대규모 택지 개발 사업에 대한 거부감이 빠르게 확산됐다. 2010년 초부터 인구 감소로 대규모 택지 공급이 필요 없다는 인식이 확대되었고, 이로 인해 택지 개발 지구 지정이 해제되거나 취소되었다. 대규모 강제 토지 수용으로 원주민의 삶이 파괴되고 기존 도심 낙후화를 가중시키는 등 택지 개발 사업의 문제점 역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둘째,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한국주택공사가 합병하여 한국토지주택공사가 탄생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합병 이후 부채가 100조 원 이상으로 증가했다. 그로 인한 외부 비판과 내부의 위기의식 등으로 사업 개편을 추진했고, 유시티 사업 추진에 대한 예산 절감 등도 추진했다. 유시티 건설 추진 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의 투자 축소 등은 유시티 사업 추진에 직격탄이 되었으며, 이로 인해 2010년 전후로 유시티 사업이 급격하게 축소되었다.

2009~2013년 「제1차 유비쿼터스도시 종합계획」 기간 초반에는 큰 기대에 힘입어 유시티 사업이 빠르게 확산됐지만, 외부 요인과 사업의 한계로 계획 기간 후반에는 빠르게 축소 및 쇠퇴하는 흥망성쇠를 거치게 되었다. 기간이 끝날 무렵에는 유시티 사업 모델이 붕괴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사업 추진이 어려웠다. 따라서 국가 정책 역시 전면적인 전환이 필요했다.

이때 등장한 새로운 개념이 플랫폼과 연계 서비스였다. 기존의 유시티가 물리적 인프라를 건설하는 사업이었다면, 대규모 택지 개발 사업 폐지라는 외부 요인으로 대규모 예산을 조달할 방법이 없었던 이 시기에는 예산 투입을 최소화하면서 효과가 있는 방안을 검토했다.

이를 위해 건설 인프라보다 예산이 적게 들어가는 정보통신 기술 기반의 소프트웨어적 관점에서 접근했다. 초창기 유시티의 도시통합운영센터는 교통, 방범 등 지자체에 흩어진 센터를 물리적 건물에 합치는 방식으로, 현재 이야기되는 플랫폼 중심의 기능적 통합 방식이 아니었다. 다행스럽게도 이 시기에 유시티 R&D 사업의 성과물로 서비스를 연계, 통합하는 개념의 통합 플랫폼이 개발되었고, 흩어진 센터들을 통합한 도시통합운영센터라는 물리적 인프라가 있었기 때문에 ‘통합 플랫폼 기반의 연계 서비스 도입’이라는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다.

초기 ‘통합 플랫폼 기반의 연계 서비스 도입’ 추진은 일부 지자체에서 추진되던 사업 내용을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 시작되었다. 이때 많이 회자됐던 연계 서비스는 세금 체납 차량을 적발하는 서비스와 주차 차량의 침수 피해를 막는 서비스 등이었다.

한 예로 행정 서비스를 통해 세금 체납 차량의 차량번호를 알 수 있었지만, 차량 위치 확인은 불가능해 적발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일부 지자체에서는 자체적으로 세금 체납 차량의 차량번호를 교통 분야 차량번호 인식 서비스와 연동해 세금 체납 차량의 위치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다수의 세금 체납 차량을 적발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예로 지자체 대부분의 공공주차장은 하천변에 있어 장마철만 되면 물이 넘쳐 다수의 주차 차량이 수해를 입었다. 주차 차량의 수해 방지를 위한 서비스는 공공주차장에 물이 넘치기 전 주차 차량 소유주에게 연락함으로써 수해를 방지하는 방법으로 제공됐다.

이와 같은 사례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세금 체납 차량 데이터를 관리하는 행정 시스템과 교통 시스템의 연계로 효율적인 서비스가 가능하고, 하천 모니터링 시스템과 공공주차장 시스템의 연계로 차량 수해 방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를 기반으로 2014년 이후 개별 지자체가 추진하는 다양한 연계 서비스를 검토하고 도입 가능성 또한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통합 플랫폼 개발은 유시티 R&D 사업의 성과물로 완성되었다. 하지만 실제 R&D 사업 성과물인 통합 플랫폼을 인천 청라 지역 및 세종 도시통합정보센터에 직접 설치하여 테스트한 결과, 지자체의 요구와 플랫폼 성능 간 괴리가 있었고, 이로 인해 실제 적용이 어려워 플랫폼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2014년 처음 플랫폼 보급 사업을 추진했을 때는 지자체의 호응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지자체의 요구 사항을 반영하고 지자체가 직접 활용 가능한 연계 서비스를 접목하여 보급 사업을 추진한 이후부터는 지자체의 관심으로 플랫폼이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중앙정부의 지자체 지원 예산 역시 크게 증가하여 2020년 108개 지자체 보급이 확정되었고, 2023년까지 지자체 전역으로 확산하는 것이 목표이다.

통합 플랫폼은 도시통합운영센터에서 운영하는 개별 서비스 시스템을 기능적으로 연결해 새로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개별 서비스 연계 방식을 표준화해 이후 새로운 서비스가 도입될 때 플랫폼을 중심으로 쉽게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 목표가 있었다.

2014년 연계 서비스 및 통합 플랫폼 정책 마련을 위해 처음 추진한 것은 지자체가 보유하는 센터, 시스템, 센서 및 데이터베이스 등을 파악하는 것이었고, 이렇게 개별적으로 운영되는 서비스를 활용한 연계 서비스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연계 서비스 시나리오를 작성하며 기존의 시스템, 센서 및 데이터베이스만으로 다양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함을 알았으며, 이를 추진하기 위한 검토 역시 병행했다. 특히 안양시 등 일부 지자체의 성공적인 연계 서비스 운영 사례를 면밀히 검토하여 이를 국가 정책으로 만들어나갔다.

대표 사례로 지자체의 연계 서비스 운영 사례 및 보유 시스템 등을 검토하여 제시한 ‘119 긴급출동 지원 서비스’를 살펴보자. ‘119 긴급출동 지원 서비스’는 화재 발생 시 소방차가 빠르게 화재 현장에 도착할 수 있게 지원하는 서비스였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주변에 있는 방범 CCTV를 통해 화재 현장을 실시간으로 소방본부 및 소방차에 전송하는 식이었다. 당시 대다수 주거 지역에 이미 방범 CCTV가 있었고, 목소리로 화재 현장을 설명하는 것보다는 영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정보가 훨씬 많기 때문에, 소방서 입장에서도 서비스 효과가 높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소방차 출동 시 최단 시간 내에 현장에 도착할 수 있도록 실시간 교통 상황을 반영해 빠른 경로를 안내하고, 여기에 더하여 소방차가 멈추지 않고 갈 수 있도록 신호 주기를 조작하는 방식을 시나리오에 도입했다. 실시간 교통 상황 파악은 도시통합운영센터의 업무였으며 신호 주기를 조작하는 것도 시설물 관리 서비스의 하나로 도시통합운영센터에서 이미 활용하고 있는 서비스였다. 마지막으로 화재 현장으로의 소방차 진입을 원활히 하기 위해 화재 현장 주변의 불법주차 차량의 번호판을 읽고 차량 주인에게 연락해 소방차 도착 전에 차량을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서비스를 포함시켰다. 서비스 시나리오를 다시 살펴보면 방범 CCTV(방범 서비스), 실시간 교통 상황을 반영한 길 안내(교통 서비스), 교통신호 제어(시설물 관리 서비스), 불법주차 차량 단속(불법 주차 관리 서비스), 차량 주인 연락처 획득(행정 서비스) 등 이미 존재하는 다섯 가지 개별 서비스를 연결하여 새로운 ‘119 긴급출동 지원 서비스’를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서비스를 검토하고 실제 도시 공간에 적용하며 여러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개인정보가 담긴 방범 CCTV를 소방서 등과 같은 타 기관에 전송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배되었다. 또한 교통신호 제어는 그 권한이 경찰에 있기 때문에 경찰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했다. 특히나 경찰은 소방차가 화재 현장에 빨리 도착하게 하기 위해 교통신호를 제어하는 것이 아닌, 교통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교통신호를 제어한다는 시설물 운영 목표가 명백했다. 일정한 패턴으로 작동하는 신호 주기를 소방차가 진입한다고 해서 갑자기 파란불로 변경하면 교통사고의 위험성이 급격히 높아지기 때문에, 경찰의 입장에서는 동의하기 어려운 연계 서비스였다. 또한 불법 주차 차량 주인의 연락처 획득은 가능했지만, 해당 차주가 자신의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연락을 하는 일은 불법이 될 여지가 있었다.

이처럼 시스템 간 기능적 연계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법제도적 문제와 유관기관 간 협력 문제가 연계 서비스 정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하여 긴급 상황 시에는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고, 유관기관 간 협력 체계도 마련했다. 이 시기 긴급 상황 시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개인정보 활용을 통해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통합 플랫폼과 연계 서비스라는 새로운 스마트시티 정책은 지자체 보급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기술적 융·복합과 제도 개선 및 유관기관 간 협력이 함께해야 실질적 운영이 가능하다는 큰 교훈을 남겼다. 이후 스마트시티 정책은 기술 부문에 대한 집중뿐 아니라 규제 개선과 거버넌스 확립이라는 새로운 요소를 도입했다.

세계 최초로 스마트시티 개념을 도시 건설에 도입하여 기반 인프라 시설 구축 및 통합 플랫폼을 통한 서비스의 기능적 연계까지, 자체적으로 스마트시티 정책을 수립 및 추진했던 2015년을 전후해 글로벌 스마트시티 분야에는 거센 바람이 불었다. 이로써 한국의 스마트시티에는 다양한 정책이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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