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 기업, 정부가 만들어가는 미래 도시
한국은 스마트시티 도입 초기부터 스마트시티의 명암 중 명보다는 암의 대표 요소 때문에 보급이 어려웠다. 구축 비용과 운영 비용이 문제였다.
스마트시티를 구축하고 싶어도 지자체의 한정된 예산으로는 사업을 추진할 수 없었기 때문에 여러 지자체에서 신도시나 택지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사업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도시통합운영센터나 정보통신망과 같은 스마트시티 인프라뿐 아니라 CCTV 구축을 통한 방범 방재나 교통 관련 스마트 서비스를 구축하고 해당 지자체가 기부채납 받는 것이 해결 방안이었다.
지자체 스마트시티 담당자가 의견을 교환하는 모임인 ‘스마트시티 지방자치단체 협의회’의 시초인 당시 ‘산수화성(오산, 수원, 화성, 성남)’에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에게 더 많은 스마트시티 인프라 및 스마트 서비스를 기부채납 받을 수 있는 방안과 구축 후 운영비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이 주요 이슈였다.
또한 화성 동탄 스마트시티 구축 과정을 담은 논문에서는 공적 기관에서 부담한 많은 구축 비용보다는 구축한 스마트시티를 운영하기 위해 지자체에서 부담해야 하는 전기・통신 비용이 더 큰 부담이며 “돈 먹는 하마, 유비쿼터스도시”라는 평가를 했고, 이 때문에 지자체에서 지속적으로 사업을 추진하지 못할 것이라고도 했다. 실제로 지자체 담당자에게는 스마트시티가 구축보다 많은 운영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사업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국내 스마트시티 확산이 어려웠다. 여러 지자체에서 사업을 추진하던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도 ‘LH형 스마트 서비스’를 구상해 추진하던 사업에 적용함으로써 증가하는 지자체의 요구 사항에 일관적으로 대응하고, 표준화된 스마트시티를 구축하려고 노력했다. 이렇게 유시티 건설을 진행하면서 공공 주도의 사업은 예산뿐 아니라 보안 및 개인정보, 시민들의 반대 등 다양한 문제로 건설과 운영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공공 주도의 사업을 추진하던 한국에 2017년 「스마트도시법」이 등장하면서 민간기업 중심의 스마트시티 조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했다. 그동안 건설된 도시통합운영센터와 자가정보통신망의 스마트시티 인프라를 기반으로 교통, 방범 방재에 집중된 스마트 서비스 이외에도 관광, 의료, 복지 등의 다양한 스마트 서비스 개발을 시도했다. 뿐만 아니라 민간영역이라 추진하지 못했던 주거 부문에도 에너지나 방범 방재, 교통 등의 스마트 서비스 도입을 적극적으로 구상했다.
실제로 2010년에 수립하기 시작한 「서울시 유비쿼터스 도시계획」에 지금은 보편화된 스마트주차장을 제안했지만 추진하지 못하다가, 「스마트도시법」 개정 이후 민간기업이 참여하면서 전국으로 확산되었고, 대전시 스마트시티 챌린지 사업을 통해 공공주차장뿐 아니라 민간주차장의 주차장 정보도 시민에게 제공하는 사례가 생기면서 여러 지자체에 확산되고 있다. 일정 지역에서만 구축해 일부 시민에게만 제공하는 스마트시티는 지속될 수 없고, 넓은 지역에서 많은 시민에게 제공할 수 있는 보편타당한 스마트시티가 오래 지속될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였다.
한국의 스마트시티를 총괄하는 국토교통부에서는 이러한 스마트시티의 특성을 적용해 다양한 정책 사업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스마트시티를 확대하고 있다. 「스마트도시법」 개정 이후 국토교통부에서는 ‘스마트시티 통합 플랫폼’과 같은 스마트 인프라와 스마트 서비스를 만들어 지자체에 확대하는 하향식이 아니라 지자체에서 시민과 기업이 함께 스마트 서비스를 발굴해 지자체 전역으로 확대하고 이를 평가하여 전국으로 확대하는 상향식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스마트 챌린지 사업으로 스마트시티 챌린지를 통해 행정구역 전체에 구축할 수 있는 스마트 서비스를 구상 및 실증하여 스마트솔루션 사업으로 전국에 확산시킬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처럼 스마트시티를 확산하고 보편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민간기업의 참여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민과 기업, 공공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스마트시티 기반이 필요하다. 최근 민간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스마트시티 기반을 만들기 위해 특수목적법인(SPC)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대규모 스마트시티 사업에 국가 예산을 투입하는 데 한계가 있고, 공공기관에서 수익이 발생하는 사업에 참여해 민간기업 육성 기회를 뺏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SPC 사업 사례로는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로 추진되고 있는 세종 5-1생활권을 들 수 있다. SPC 이외에도 스마트시티의 지속 가능성 확보와 민간기업 참여 확대를 위한 민・관 합작 투자사업이 있다.
또한 일반 시민과 협력해 사업을 추진하는 ‘크라우드 소싱’이 있다. 크라우드 소싱은 ‘대중’이라는 의미의 크라우드(Crowd)와 일이나 업무를 제3자에게 위탁, 처리하는 아웃소싱의 합성어로 기업활동 일부 과정에 시민을 참여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물건을 만들 때나 서비스 개선 등의 과정에 시민을 참여시키면, 기업 입장에서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실질적인 의견을 들을 수 있고, 시민은 피드백 참여에 관한 보수를 받을 수 있어,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 위한 개발 비용도 저렴하고 잠재적 고객도 유입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시민에게 아이디어나 의견을 듣는 과정 이외에 기업의 아이디어를 홍보하고, 목표 금액을 후원받아 아이디어를 실현해 후원한 시민에게 개발한 제품과 특전 또는 서비스를 보상하는 크라우드 펀딩도 크라우드 소싱에 해당한다.
중국의 기술혁신 도시라 불리는 선전(深圳)에서는 크라우드 소싱과 유사한 협력 방식으로 스타트업이나 소기업의 활동을 돕는 체계가 구축되어 있다. 선전시는 중앙정부와 시정부가 다양한 지원 정책으로 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성공한 IT 기업이 스타트업에게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 스타트업이 아이디어 실현에 성공할 수 있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혁신적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이 선전시로 모이고, 경제 발전으로 이어지는 기술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혁신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에게 성공한 IT 기업은 자금을 투자하고, 중앙정부나 시정부는 원활한 기업활동을 위한 행정을 지원해 아이디어가 실현될 수 있는 기민성과 지속성뿐만 아니라 확장성을 지닌 스마트시티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스마트시티가 구현된 것이다.
'과학·공학 > <스마트시티 에볼루션>' 카테고리의 다른 글
04. 해외 스마트 신도시 (1) | 2022.05.24 |
---|---|
03. 한국 신도시와 스마트시티 (1) | 2022.05.23 |
02. 국가 정책으로 자리 잡은 스마트시티 (1) | 2022.05.22 |
01. 스마트시티는 유행일까, 신문명의 시작일까? (2) | 2022.05.19 |
00. <스마트시티 에볼루션> 연재 예고 (1) | 2022.05.1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