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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함5

09. 엘리트 백인 남성들, 인종주의적 청교도 정신에 사로잡히다. 노예화는 부를 낳았고,그렇게 축적한 부는 미국 백인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안겼다.교육과 건축,예술장려,자선 활동,사회적 연결망,윤택한 생활,문화적인 교양….이 모든 것은 우리의 기독교 중심 자본주의와 유럽 중심 문화의 힘과 지성,선량함을 보여주는 것들이다.스트링스의 주장에 따르면,흑인의 몸을 혹사해 부를 축적한18세기와19세기 초반 대서양 양쪽의 백인 문화는,특히 교육을 통해 길러지는 이성과 철저한 청교도적 신앙심은 이런 덕목들을 미학적으로 발달시켰다. 이제 사람들은 이성과 분별력,기독교 교리에 맞는 절제력 같은 것들을 육체적 욕망에 적용시키면 마르고 가느다란 체형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믿었다.살집 없는 몸매는 덕을 드러내는 수단이었다. 이런 가치관은 불운하게도 여성들에게 더 강력하게 적용되었다.덕을.. 2022. 4. 7.
07. 우리 생명의 필수요소가 악의 메타포로 전락하기까지 건강과 신체에 대한 의술뿐만 아니라 그리스와 로마의 의학서에 대한 지식도 해박했던 소위 ‘중세’의 페르시아 의사들은 우리에게는 최고 자산이다. 그들은 비교적 문명화된 서구인들이 자신들의 고전적 유산을 그대로 방치하던 시기에 그것을 보존했다. 알 라지AlRhazi(9세기 아바스 왕조의 대학자, 의학과 화학, 철학 분야에서 활약했는데 특히 의술 분야로 명성을 떨쳤다. 수두에 대한 연구로 유명하다. 말년에 그가 남긴 총서(아랍어로 Al-Kitab al-Hawi, 라틴어로 Liber Continens는 13세기에 완역된 이후서구권에서 가장 널리 쓰인 의서 중 하나가 되었다)와 이븐 시나Ibn Sina(980~1037년, 중세 이슬람의 철학자이자 의사. 당시의 문명 수준으로 감히 견줄 만한 것이 없는 의학서 《의.. 2022. 4. 5.
06. 더 이상 나의 공간과 권리를 양보하지 않겠다. 나는 학창시절 오페라 리허설 때 한 음악학교 오페라 감독이 객석 3열에서 나를 향해 손짓하며 소리쳤던 것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의 얼굴은 격앙되어 납빛이었다. “오 맙소사! 네가 뚱뚱한 게 뭐가 중요해. 관객은 너를 보려고 돈을 내고 왔어! 당당하게 움직이라고! 당당하게! 정기 원양선처럼! 제발! 넌 퀸메리 호야! 빌어먹을 쪽배가 아니라고!” 나는 지적을 받아서 놀랐고, 하찮은 쪽배와 거대하고 육중한 원양어선 모두에 비유를 당해서 모욕감을 느꼈다. 아마도 나는 우스갯소리 속 뚱뚱한 여자가수를 떠올렸던 것 같다. 당시 나는 바그너 풍의 투창과 가슴받이, 뾰족한 투구를 들고 있지 않았다. 만약 그런 차림이었다면 어느 모로 보든 그저 던지는 상투적인 말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감독의 지시를 따랐다.. 2022. 4. 4.
05. 뚱뚱한 몸들이 매일매일 맞닥뜨리는 현실 기억하는 한 나는 예전에도 뚱뚱했고 지금도 그렇다. 그러니까 나는 내가 지닌 어떤 실체보다도 지방과 오랜 관계를 맺어오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복잡한 관계가 아니라거나, 절대로 지방과 싸운 적이 없다거나, 만약 이런 실체를 버리고 다른 어떤 것을 경험했으면 내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을까를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오래되고 친숙한 관계의 본질에 대해 자신을 속이지 말자!). 나아가 내가 지방과 맺는 관계가 다른 사람들과 같거나, 다른 사람들 역시 나와 같은 경험과 이해를 해야 한다고 상기시키려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내가 그동안 지방과 맺어온 다양한 경험과 그 결과들이 지방을 친근하게 여길 수 있게 만들어줬다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주변을 조금만 둘러봐도 지방은 우리에게 구체적이.. 2022. 4. 2.
02. ‘비만 낙인’ 살찐 사람들은 병원 치료에서도 차별당한다. 비만인이 겪는 건강상 문제의 원인을 오직 비만 탓으로만 돌린 결과 발생한 의료진의 오진에 관한 일화는 무수하다. 2018년 캐나다 출신의 뚱뚱한 의상디자이너 앨런 모드 베닛은 암 진단을 너무 늦게 받는 바람에 수술 한 번 못한 채 사망했다. 그녀는 암 진단을 받기 전까지 살 빼라는 의사의 잔소리만 들으며 하릴없이 시간을 보냈다. 그 소식을 듣고 나는 매우 슬펐지만 놀라지는 않았다. 나 역시 20대 후반에 음식을 먹을 때마다 상복부 통증으로 8개월이나 고통을 겪었다. 통증 때문에 음식을 적게 먹었고 갑자기 체중이 줄었다. 그러자 어지럼증과 구토가 자주 찾아왔다. 당시 나의 주치의는 복통이 ‘아마도 젖당 불내성 때문인 듯하다’고 간단히 치부했다. 덧붙여 체중이 줄었다며 나를 칭찬했다. 그로부터 몇 개월 후,.. 2022.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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