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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9

09. 산후우울을 사회문화적으로 이해하기 여성과 엄마됨 - 우리는 왜 엄마가 되려 하는가 엄마가 되기 전에 엄마가 되고자 하는 이유를 충분히 생각해 보셨나요? 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나이가 차니 결혼하고, 남들이 낳으니 낳고 싶었습니다. 엄마가 된다는 것이 내 남은 인생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 엄마로서의 24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볼 생각도 못 했습니다. 육아서적을 읽는 동안에 육아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면 좋았을 텐데요. 물론, 미리 듣고 아예 출산을 단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각자의 선택이지요. 오나 도나스는 저서 《엄마됨을 후회함》을 통해, 충분한 고민 없이 엄마가 되기로 하는 것을 ‘수동적 결정’이라고 했습니다. 자신이 엄마가 되기를 바라는지, 엄마가 되면 자신에게 어떤 결과가 올지를 생각해 보지 않은 상태에서 .. 2022. 8. 18.
05. 혁명가들의 바지 19세기 초반까지 무릎까지 오는 반바지가 지배적이었다. 그렇다면 긴 바지는 어떻게 해서 20세기 들어 다시 서구에서 유행하기 시작했을까? 1789년 프랑스혁명의 주동자들이야말로 가장 먼저 긴 바지를 입기 시작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화려한 줄무늬가 들어가고 발목까지 오는 바지를 입었던 이들은 ‘상퀼로트 (sans-culottes: 반바지를 입지 않는 사람들)’로 불렸다. 놀랍게도 줄무늬는 역사를 통틀어 부정적인 함의를 띠었다. 구약성서 의 “두 재료로 직조한 옷을 입지 말지며( 19장 19절)”라는 구절 때문인지 중세에는 줄무늬가 금기시되었다. 결과적으로 줄무늬 옷은 나병 환자, 사생아, 사형 집행인 등 소외계층만이 입었다. 20세기에 들어서까지 서구 각국이 재소자에게 줄무늬 죄수복을 입혔던 것도 우연의 .. 2022. 8. 16.
01. 설마 했던 일이 일어났다. 어떤 여자가 생리를 반가워할까? 월요일에 생리가 터지면 ‘샐리의 법칙’ 같았고, 금요일에 터지면 ‘머피의 법칙’처럼 한 주 내내 나의 삭신을 아프게 했던 불청객이 서서히 보이지 않더니 3개월째 찾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양이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꼬박꼬박 나를 귀찮게 했었는데 갑자기 서운한 마음도 들었다. ‘하늘을 보지 않았으니 별을 딴 것’도 아닌데…. 다소 신경은 쓰였지만, 몸이 편하니 한두 달은 일부러 모르는 체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과 걱정이 쌓였다. 무슨 문제가 생긴 걸까? 이참에 자궁암 검사도 받아야겠다 싶어 산부인과를 찾았다. 의사 선생님은 자궁 내막도 얇은 편이고, 폐경에 가까운 것 같다고 호르몬 검사를 한번 해보자고 하셨다.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선생님이 말한 ‘폐경’이.. 2022. 5. 26.
00. <여자 리셋> 연재 예고 숨기지 않을 용기, 우아하고 당당하게 우린 아름다웠고 아름답고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코로나가 뭔지도 몰랐던 2018년 가을, 일상에 지친 친구와 나는 둘이서 훌쩍 세부로 떠났다. 거기서 만난 38살 미영 씨는 대담하게도 혼자 여행을 왔다고 했다. 여행 첫날 밤, 저녁을 먹고 철썩거리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모래사장 위에 앉아 깔깔거리며 밤공기에 취해갈 때쯤, 미영 씨는 또르르 눈물을 흘렸다. “언니, 저 38살인데 조기 폐경이래요. 인생이 왜 이런지 몰라요. 열심히 일만 하고 살았는데…. 5년 동안 사귄 남자 친구랑 이 일로 헤어졌어요. 앞으론 결혼 안 하고 혼자 살 거예요.” 딱했다.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렇게 처음 보는 사람과 마음의 바닥을 나누고 우린 헤어졌다. 내 나이 45살 이른 폐경이 왔다... 2022. 5. 24.
09. 셰릴 스트레이드 10년 전 내 모습을 상상했을 때, 나는 이때쯤이면 첫 책을 출간했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단편을 몇 개 썼을 것이고, 소설을 본격적으로 시도해 봤을 거라고. 하지만 지금 내 처지에 책은 꿈도 꿀 수 없다. 혼란스러웠던 지난해 글쓰기는 나를 영원히 떠나버린 것처럼 느껴졌지만, 도보 여행을 하면서 그 소설이 다시 내게 돌아오고 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내 머릿속을 떠도는 노래의 파편과 광고 CM 사이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날 아침 올드 스테이션에서 … 나는 시작해 보기로 결심했다. - 셰릴 스트레이드, 《와일드(Wild)》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은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힘든 하이킹 코스다.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까지 2,650마일에 달하며, 미국의 서해안과 지극히 건조한 내륙 지.. 2022. 4. 29.
06. 버니지아 울프 어느 날 타비스톡 광장을 걷다가 가끔 글을 쓸 때 그런 것처럼 《등대로》를 마음속에서 썼다. 그 이야기는 무의식 속에서 급류처럼 세차고 격렬하게 쏟아져 나왔다. 하나의 아이디어가 터져 나오면서 곧바로 다른 아이디어를 낳았다. 마치 관으로 비누 거품을 부는 것처럼 수많은 아이디어와 장면이 내 마음속에서 쏜살같이 흘러나왔다. 걸어가는 동안 내 입술이 저절로 말을 뱉어내는 것 같았다. 대체 무엇이 그런 비눗방울을 불었을까? 하필 왜 그때였을까? 나도 정말 모르겠다. - 버지니아 울프, 《존재의 순간들》 나무가 줄줄이 늘어선 블룸즈베리 광장을 거니는 버지니아 울프는 그 순간 아주 거대한 창조력을 전달하는 수동적인 도구가 된다. 그 창조력은 그녀의 발자국이 빚어내는 리듬 속에 살고 있고, 《등대로》는 일종의 ‘자.. 2022. 4. 26.
03. 엘렌 위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가이드와 함께 내려오는 신사 한 명을 봤다. 그들도 나를 봤다. 나는 사람들이 평소 다니는 길에서 조금 벗어나 있었다. 내 갈망을 채우기 해서 그랬던 것인데, 이제는 거기서 더 멀어지게 됐다. 그들이 혹시라도 나를 다른 곳에서 볼 때 아까 본 사람이란 걸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내 옷이나 내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게 하려고 그런 것이다. 길을 가다 그들이 이런 말을 하면서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킬까 두렵다. “저 여자가 바로 스노든산을 내려올 때 봤던 그 사람이야. 여자 혼자서 내려오더라고!” - 엘렌 위튼, 가정교사 잡지 1825년 6월 중순의 어느 화창한 날 랭커셔에 사는 48세의 가정교사 엘렌 위튼은 웨일스 지방을 여행하다가 혼자서 스노든산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감에.. 2022. 4. 21.
02. 도로시 워즈워스 나는 매일 아침 6시 정도에 일어나. 같이 걸을 사람이 없으니까 8시 반까지 책을 들고 걸어. 날씨가 좋으면 … 가끔 우리는 아침에 걸어. … 차를 마신 후에 다 같이 8시까지 걷지. 그러고 나서 정원에서 혼자 오랫동안 걸어. 특히 달빛을 받으며 걷거나, 황혼이 질 무렵 걷는 게 좋아. 이럴 때 곁에 없는 친구들을 생각해. - 도로시 워즈워스가 제인 폴라드에게, 1791년 3월 23일 1799년 12월 도로시 워즈워스는 오빠인 윌리엄과 함께 더럼주의 삭번에서 출발해 웨스트모어랜드에 있는 켄달까지 70마일을 걸었다. 둘은 그들이 태어난 고향인 레이크 지역으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1783년 고아가 된 후로 도로시는 형제자매들을 떠나 오랫동안 다른 곳에서 살았다. 울퉁불퉁한 길과 산길을 거쳐서 윌리엄과 도로시.. 2022. 4. 20.
01. 엘리자베스 카터 당신이 내 인생 전체와 내가 나눈 대화를 모두 담은 진실한 이야기를 바란다면, 우선 아침에 나의 잠을 깨워주는 독특한 장치에 대해 알아야 한다. 내 침대 머리맡에는 벨이 하나 있고, 그것에는 노끈과 납 조각이 하나 달려 있다. 내가 부서진 유리창 사이로 들어오는 부드러운 산들바람 소리에 깨어 있을 때, 그 노끈은 유리창의 갈라진 틈을 통해 밑에 있는 정원으로 내려가 섹스톤의 손아귀에 들어간다. 섹스톤은 새벽 4시에서 5시 사이에 일어나 마치 내 머리맡에 있는 종을 치는 것처럼 있는 힘껏 그 노끈을 잡아당긴다. 이렇게 아주 기이한 발명품 덕분에 나는 간신히 일어나게 되고 … 아침 6시에 대체로 내가 하는 일은 내 지팡이를 집어 들고 걷는 것이다. 가끔은 혼자 걷고, 또 가끔은 동행과 같이 걷기도 한다. 가.. 2022.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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