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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6

06. 가상의 세계에서 빠져나와라. “가상의 세계와 연결을 끊고 대신 우리의 진짜 모습에 더욱 가까워지도록 노력하라.” 가상의 세계에서 빠져나와라. 어느 날 오후, 나는 ‘핵심 믿음’과 ‘정체성’, 그리고 이 두 가지가 ‘신념’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와테고스 베이의 주차장에 도착한 나는 아침에 콘퍼런스에서 강연을 마친 후 오후에는 글을 쓰면서 아주 멋진 자연경관을 즐길 생각이었다. 호주 전역을 여행하는 일은 그 자체로 엄청난 기쁨이다. 삶을 살아가기에 호주는 너무나도 아름답고 훌륭한 곳이다. 한때 내가 이곳에 정착하리라고는 전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적도 있었지만, 어쨌든 나는 지금 이곳에서 살게 되었고 그러한 사실에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나는 45분여간 호주의 동쪽 가장 끝부분인 등대에서 말없이 바다.. 2022. 10. 22.
07. 낸 셰퍼드 하지만 산을 오르면서 생각의 황홀경에 잠기고, 완등하기 전에, 최후의 정상에 오르기 전에, 시간은 이렇게 빨리 흐른다. 길고 좁은 길 뒤에, 가파른 바윗길을 따라, 뾰족한 처마돌림띠를 두른 것 같은 눈 덮인 동굴 밑에서 얼음처럼 찬물이 굴러 떨어진다. 이제, 이 산중턱의 동굴에서, 정상도 아닌 곳에서, 새파란 세상도 보이지 않고, 멀리, 도달할 수 없지만, 하지만 이 회색 고원, 바위가 흩어져 있는, 거대하고, 조용한 곳, 그 어두운 호수, 그 고생스러운 험준한 바위들, 그 눈. 산은 그 안에서 문을 닫아버리지만, 그것은 하나의 세상. 그토록 광대한 세상. 그래서 아마도 마음은 이루리라, 크나큰 고생, 끝이 보이지 않는 무한, 허나 그것의 공포와 영광과 힘에 대한 거대하고, 어둡고, 불가사의한 느낌을. .. 2022. 4. 27.
06. 도와 하늘, 땅, 사람 有物混成, 先天地生. 寂兮寥兮, 獨立而不改, 周行而不殆, 可以爲天地母. 유물혼성, 선천지생. 적혜료혜, 독립이불개, 주행이불태, 가이위천지모. 吾不知其名, 强字之曰道, 强爲之名曰大. 大曰逝, 逝曰遠, 遠曰反. 오부지기명, 강자지왈도, 강위지명왈대. 대왈서, 서왈원, 원왈반. 故道大, 天大, 地大, 人亦大. 域中有四大, 而人居其一焉. 고도대, 천대, 지대, 인역대. 역중유사대, 이인거기일언. 人法地, 地法天, 天法道, 道法自然. 인법지, 지법천, 천법도, 도법자연. 어떤 것[道]이 혼돈한 모습으로 이루어져 있으면서, 천지보다 앞서 살고 있다. 아무 소리도 없고 아무 모양도 없으며, 홀로 서서 바뀔 줄을 모르고, 두루 미치면서도 어그러지지 않으니 천지 만물의 어머니라 할 수 있다. 나는 그것의 이름을 모르지.. 2022. 4. 21.
03. 엘렌 위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가이드와 함께 내려오는 신사 한 명을 봤다. 그들도 나를 봤다. 나는 사람들이 평소 다니는 길에서 조금 벗어나 있었다. 내 갈망을 채우기 해서 그랬던 것인데, 이제는 거기서 더 멀어지게 됐다. 그들이 혹시라도 나를 다른 곳에서 볼 때 아까 본 사람이란 걸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내 옷이나 내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게 하려고 그런 것이다. 길을 가다 그들이 이런 말을 하면서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킬까 두렵다. “저 여자가 바로 스노든산을 내려올 때 봤던 그 사람이야. 여자 혼자서 내려오더라고!” - 엘렌 위튼, 가정교사 잡지 1825년 6월 중순의 어느 화창한 날 랭커셔에 사는 48세의 가정교사 엘렌 위튼은 웨일스 지방을 여행하다가 혼자서 스노든산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감에.. 2022. 4. 21.
01. 엘리자베스 카터 당신이 내 인생 전체와 내가 나눈 대화를 모두 담은 진실한 이야기를 바란다면, 우선 아침에 나의 잠을 깨워주는 독특한 장치에 대해 알아야 한다. 내 침대 머리맡에는 벨이 하나 있고, 그것에는 노끈과 납 조각이 하나 달려 있다. 내가 부서진 유리창 사이로 들어오는 부드러운 산들바람 소리에 깨어 있을 때, 그 노끈은 유리창의 갈라진 틈을 통해 밑에 있는 정원으로 내려가 섹스톤의 손아귀에 들어간다. 섹스톤은 새벽 4시에서 5시 사이에 일어나 마치 내 머리맡에 있는 종을 치는 것처럼 있는 힘껏 그 노끈을 잡아당긴다. 이렇게 아주 기이한 발명품 덕분에 나는 간신히 일어나게 되고 … 아침 6시에 대체로 내가 하는 일은 내 지팡이를 집어 들고 걷는 것이다. 가끔은 혼자 걷고, 또 가끔은 동행과 같이 걷기도 한다. 가.. 2022. 4. 19.
02. 시간을 가장 우아하게 잃어버리는 방법 우리 집 현관을 나서면 1분 만에 도착하는 오솔길. 아파트가 아니라면 우리 집 마당이나 다름없는 곳.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볼 만큼 높이 자란 나무들이 아치를 이루어 내가 나무 터널이라 부르는 곳. 이 숲길을 매일 걷고 또 걷는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감사의 마음이 쌓인다. 자연이 누구의 소유가 아니라서, 시간을 내어 눈길을 주는 누구에게나 공평한 자연이라서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자연에 대해 각별히 놀라워할 줄 아는 눈을 가진 나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나는 오늘도 자연에 깃든 하늘, 바람, 나무, 풀, 새들, 고양이와 눈 맞춤 하느라 느릿느릿 걷는다. 느린 걷기는 내가 시간을 가장 우아하게 잃어버리는 방법이다. 햇살 좋은 날에는 그림자와 함께 걸었고 눈이 오는 날에는 설렘으로 걸었다. .. 2022.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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