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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취업9

01. 사진기획자로 산다는 것 “사진으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사진기획자, 큐레이터로 일하면서 사진가들에게 비슷한 질문을 많이 듣곤 합니다. 사진가로서 성공하는 것은 달리기로 치면 마라톤과 같습니다. 한 번에 전력 질주해야 하는 단거리 경주와는 다르게 접근해야 하죠. 더 멀리 가기 위해 구간마다, 그리고 시간마다 전략을 세우고 어떤 부분에서 스피드를 내야 할지 미리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리고 뚜렷한 목표 설정을 하고 스타트를 해야 하죠. 마라톤을 긴 호흡으로 준비하지 않고 100미터 경주처럼 전력 질주하다 보면 얼마 못 가서 지쳐버리겠죠. 이기는 싸움을 하려면 마라토너와 코치가 함께 연습하고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사진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진가와 사진기획자는 마라톤을 하듯 긴 호흡으로 함께 달리기를 하게 되죠. .. 2022. 9. 27.
02. 이방인으로서의 삶이, 이제 시작되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은 엄격하고 보수적이었다. ‘넌 잘난 부모님을 닮아야지.’, ‘넌 말 잘 듣는 착한 아이잖아.’ 처음엔 칭찬을 받는 게 좋아서, 그다음에는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그다음에는 잘하지 않으면 사랑받지 못할 것 같아서 열심히 했다. 공부도 잘하면서 부모 속 썩이지 않는 눈치 빠른 아이가 되었다. 어른의 눈을 가진 아이에게는 상처가 보인다. 부모님이 다른 사람에게 나를 자랑할수록, 나는 우쭐하면서도 짓눌렸다. 앞으로도 잘해야 하니까. 나는 그 흔하다는 사춘기도 겪지 않았다. 그렇게 자라다 보니 마음속에는 부모님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갈망이 생겼다. 대학에 가는 건 그런 내가 자유로운 세상으로 나가는 첫 발자국이었다. 그런데 집이 이렇게 된 이상, 대학에 갈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었다. 지.. 2022. 8. 24.
10. 줄리아가 없는 호텔은 가고 싶지 않아요. (마지막 회) 리츠칼튼 호텔의 손님들은 부지런히 고객 카드를 썼다. 좋은 점, 나쁜 점, 개선할 점, 보완할 점 등 가감 없이 의견을 냈고 직원들에 대한 평가도 빠뜨리지 않았다. 나는 고객 카드를 가장 많이 받은 ‘고객 카드 퀸’이었다. 8세 어린이부터 나이 많은 단골손님까지 많은 손님들이 카드와 편지를 주었다. 스트레스가 쌓이고 호텔업에 회의가 들 때마다 나는 이 카드와 편지들을 꺼내 보았다. 자리에 앉아 상자 속에 담긴 카드들을 하나씩 읽고 나면 다시 일하러 갈 에너지가 생겼다. 친절하고 교양 있는 손님들도 많지만 호텔은 뭐든 다 해 주어야 한다는 진상 손님, 까칠하고 불평불만에 요구사항 많은 손님들을 대할 때면 ‘이 일을 왜 하나, 그만둬야지’ 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되뇌었다. 육체적으로 하루 종일 서 있는 것도.. 2022. 3. 7.
09. 질 거라는 걸 알면서도 링 위에 오른다는 것 운 좋게 기회를 잡아 물 건너 미국에 오기는 했지만 학창 시절부터 나를 괴롭힌 영어는 여기 와서까지 나를 힘들게 했다. Stationery 사건 이후부터 뭔가 내가 맡은 일에 문제가 생기면 은연중에 내 영어 실력을 탓하는 시선을 느껴야 했다. 언어라는 게 하루아침에 술술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영어가 완벽해지기 전까진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 없었다. 호텔 일이 컴퓨터나 기계로 하는 일이 아니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 언어로 소통하는 일이 기본이다 보니 영어를 잘 못하는 것은 무능력이면서 민폐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이 약점을 행동으로 보완하려 남들이 하기 꺼려하는 일을 도맡아 했다. 그런데 육체노동으로 대체할 수 없는 것이 딱 한 가지가 있었다. 바로 전화 받기였다. 얼굴을 보고 말을 하면 상대의 표정이.. 2022. 3. 3.
06. 서투른 영어가 컴플레인을 불러오다. 리츠칼튼 본사에 채용되는 놀라운 행운을 누리게 되었지만 나는 영어에 자신이 없었다. 생활 영어도 완벽하지 않았고, 조금이라도 전문적인 단어가 섞이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사실 영어가 내 발목을 잡은 게 이번에 처음은 아니었다. 중학교부터 대학교까지 학창 시절 내내 가장 못한 과목은 영어였다. 세계 각지에서 찾아오는 손님들을 상대해야 하는 호텔 직원이라면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특히 리츠칼튼 같은 일급 호텔은 적지 않은 돈을 내고 투숙하는 손님들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손짓 발짓을 해 가며 스태프에게 이해시키는 수고를 하기 원치 않는다. 그러니 영어 때문에 곤혹스러운 나는 매 순간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 그랬음에도 결국 VIP 손님에게 큰 잘못을 저지르고 말았다. 영어 단어.. 2022. 2. 26.
05. 한국이 어디야? 왜 영어를 못해? 미국에서 나의 첫 근무지가 된 아멜리아 아일랜드는 플로리다주의 북쪽, 조지아주와 가까운 대서양에 인접해 있는 조그마한 섬이다. 겨울 최저 기온이 7도이고 여름 최고 기온은 30도 정도여서 플로리다주의 남쪽 도시만큼 항상 덥지만은 않다. 습도가 늘 60% 이상이어서 공기가 끈적끈적하다. 당시 아멜리아섬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섬을 벗어나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많았을 정도로 교류가 적은 곳이었다. 외지인들도 거의 없고 흑인도 손꼽을 정도였다. 당연히 한국인은 이 섬에 나 혼자였고 중국인 한두 명이 살고 있는 정도였다. 이들은 한국이라는 나라는 당연히 모르고 내가 왜 영어를 잘 못하는지도 이해하지 못했다. 매일 섬을 걸어 다니다 보니, 그 작은 섬에서 나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워낙 작은 섬이어서 주변 동료들은.. 2022. 2. 25.
04. 비자 발급을 거부당하다. “줄리아, 혹시 미국의 리츠칼튼에서 근무해 보고 싶지 않아요?” 미국 본사 리츠칼튼에서 제안이 들어왔다. “당연히 근무해 보고 싶죠!”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돈도 벌고 영어도 배울 수 있는 기회 아닌가! 그러나 가고 싶다고 무조건 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엄마의 반대가 극심했다. 90년대 중반 우리나라에서 미국의 이미지는 상당히 험악했다. 보수적인 엄마의 시선에서 미국은 마약과 총기가 난무하는 무법천지의 나라였다. 엄마는 단 한 푼도 도와줄 수 없다고 선언했다. 나는 독일에서 피아노 연주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은 돈과 리츠칼튼 서울에서 받은 첫 월급을 모아 비행기 표를 샀다. 엄마는 내가 공항에 나가는 날까지 화를 내며 나와 보지도 않았다. 또 다른 장애물은 비자였다. 지금 젊은 세대에겐 믿기 힘들겠지.. 2022. 2. 24.
03. 미국에서 근무해 보고 싶지 않아요? 독일에 머물며 호텔 로비에서 피아노 연주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안 호텔을 A부터 Z까지 공부하고 싶다는 의지가 생겼다. 호텔에 취직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나의 생각을 아는 듯 친구가 곧 오픈할 리츠칼튼 호텔에 지원을 할지 고민 중이라는 얘기를 했다. 리츠칼튼은 당시 최고급 호텔이었다. 주저할 것 없이 친구를 설득해 리츠칼튼에 같이 지원을 했다. 호텔이 새로 들어서면 개관 6개월 전부터 직원 채용을 시작하기에, 두 달 전에 들어간 건 막차를 탄 셈이었다. 그때만 해도 이 하찮아 보이는 직무가 나를 미국으로 데려갈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열차가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리츠칼튼은 아시아에 처음 생기는 리츠칼튼 서울에 대단한 정성을 기울였고, 세계 여러 지점의 총지배인과 부지배인 150명을 서울에 .. 2022. 2. 23.
02. 피아노 한번 쳐 보지 그래요? 화려해 보이는 내 커리어는 내 상상 밖에서 시작되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한 호텔에서 말이다. “피아노 한번 쳐 보지 그래요?” 내게 그렇게 물은 건 피에르가르뎅 유럽 담당 영업본부장이었다. 당시 나는 대학을 막 졸업하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사는 고모 댁에 머무르며 어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어학원에 다니면서 고모가 운영하는 가게에서 일을 도왔다. 숙식을 제공하는 고모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어서였다. 어느 날 피에르가르뎅 유럽 담당 영업본부장이 고모 가게에 찾아왔다. 신제품 소개도 하고 판매 추이도 얘기하는 정기 방문이었다. 고모는 나를 데리고 그와 함께 시내에서 가장 유서 깊은 슈타이겐베르거 프랑크푸르트 호프 호텔에 차를 마시러 갔다. 차를 마시다가 프랑스인 영업본부장이 내게 물었다. “주현 씨.. 2022.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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