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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폐디자인7

10. 격변하는 시대에 생각한 사랑의 이원론 (마지막 회) 이탈리아 하늘에서 굽어보면 베네치아를 관통하는 대운하 카날 그랑데(Canal Grande)는 마치 흘러가는 물음표 같다. 그것은 구불구불 덧없이 세월 속을 흐르며 인간의 흥망성쇠와 함께했다. 그리고 죽음, 공포, 고립, 초현실적 요소가 충만한 해상도시의 복잡한 어제와 오늘을 만들어냈다. 중세 시대부터 바다는 이 도시에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부를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세속적이면서도 잔혹하고 허영심 강한 성격은 이 도시에 호방함과 낭만을 부여했다. 도시의 화려한 치장, 사치스런 술자리, 어지러운 불꽃, 장중한 축제는 모두 깊고 풍부한 추억과 감동을 남겼다. 베네치아. 아드리아 해상에서 찬란하게 반짝이는 보석과도 같은 이곳은 긴 세월에 걸쳐 창작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기묘한 빛을 발산하고 있다. 사람들의 마음.. 2020. 6. 8.
08. 동양의 진주의 어제와 오늘 홍콩 1897년 영국을 출발한 50대 여성이 수개월의 항해 끝에 드디 아시아에 도착했다. 그녀는 산맥이 이어지고 수원이 부족한 항구에 도착해 그곳을 실컷 비평했다. “곳곳에서 두려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모든 위험이 사방에 도사리고 있다.” 그녀는 이사벨라 버드(Isabella Bird)로 영국 왕실지리협회의 첫 번째 여성 회원이었다. 협회의 다른 회원으로는 생물학자 다윈, 빅토리아 폭포 및 말라위호를 발견한 리빙스턴(Davis Livingstone), 영국군의 티베트 입성을 인도한 영허즈밴드(Francis Younghusband), 그 리고 29종의 언어를 할 수 있다는 전설적인 탐험가 버튼(Richard Francis Burton) 등이 있었다. 훗날 이사벨라 버드는 항구도시의 생기 넘치는 분위기를 인.. 2020. 6. 6.
06. 공포스런 독재자의 광기 리비아 재스민 혁명(2010년 12월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발생한 민주화 혁명. 튀니지의 국화(國花)인 재스민의 이름을 따서 재스민 혁명이라 불린다. 아랍 및 아프리카 지역에서 민중봉기로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첫 사례로서 이집트, 시리아를 비롯한 주변 국가로 민주화운동이 확산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의 영향으로 2011년 리비아 내전이 발발했다. 42년 동안 이어진 군사 독재로 카다피는 아랍 세계의 최장기 집권 독재자가 되었지만, 사실 그는 1969년 종교와 호국을 부르짖는 민족 영웅의 모습으로 등장해 중하계급 장교와 민중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었다. 시르테 주의 초라하지만 고도로 신격화된 카다피 기념관(지금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에서 당시의 열광적인 숭배를 느낄 수 있었다. 기념관에서는 카다피가 녹색 혁.. 2020. 6. 5.
05. 지폐가 한낱 종잇조각으로 변할 때 독일 “달걀 하나를 살 돈으로 몇 년 전에는 승용차를 살 수 있었다. 훗날 가격은 더 비상식적으로 상승했다. 듣자 하니 독일에서는 달걀 하나의 가격이 40억 마르크까지 치솟았다. 이는 과거 베를린의 모든 부동산 가격을 합한 액수와 거의 같다.” 오스트리아의 저명한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 18811942)는 《어제의 세계》라는 자서전에서 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과 오스트리아 양국의 고달픈 생활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특히 고정임금을 받는 계층의 피해가 심각했고, 지갑 속에 든 지폐는 하루아침에 벽지만도 못한 종잇조각으로 변해버렸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통화팽창지수에 따른 임금 조정 방식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야 비로소 발명된 것이다. 화폐 제도는 사랑과 마찬가지로 ‘완전한 .. 2020. 6. 4.
03. 초원 제국의 눈부신 상상력 몽골 몽골 중북부에 위치한 에르데네산트(Erdenesant)에서 서쪽을 향해 가는 길. 며칠이 지나도 모래만 펼쳐졌다. 바람이 불어와 풀을 어루만지고 소와 양이 노니는 초원의 정취가 마음에 가득한데, 눈앞에 보이는 건 인적 없는 황야뿐이었다. 털모자를 쓴 택시 기사가 나에게 말했다. “요 몇 년간 풀이 잘 자라지 않아요. 노인들은 여전히 도시에서 떨어진 곳에 살기를 고집하고, 대다수의 젊은이들은 일찍이 대도시로 나가 생계를 꾸리고 있지요.” 나는 차창 밖에 펼쳐진 지평선의 끝자락과 흰 눈을 바라보며 넋이 나간 듯 말을 잃었다.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나간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도시에는 향락이 있고, 번화하고 방탕한 생활을 누리며 호화롭게 살 수 있기 때문이었다. 대초원은 그들에게 즐거움과 자극을 주지 못했.. 2020. 6. 3.
01. 색채로 표현한 인간성의 존엄 스페인 모든 지폐에는 저마다의 이야기와 온도, 색채와 생각이 담겨 있다. 지폐에 담긴 이야기는 오랜 세월 끊임없이 이어지며 지폐 특유의 온도를 자아낸다. 고난의 세월을 거치며 감정적인 색채가 더해진 지폐에는 마치 평온한 희열이 담겨 있는 듯하다. 몽롱하고 모호한 배경, 신비한 기운마저 떠도는 이색적인 색채, 그리고 기쁨과 즐거움, 궁핍과 황폐가 뒤섞인 분위기가 마치 옅은 안개처럼 부드럽고 섬세하게 그림 속 인물을 둘러싸고 있다. 마드리드에 위치한 프라도 미술관에는 〈보르도의 우유 파는 아가씨〉(1827)라는 제목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으슥한 구석에 전시돼 있어 많은 사람이 그림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다른 소장 작품에 비해 유명하지도 않지만 나는 매번 프라도 미술관을 방문할 때마다 이 작품 앞에서 발.. 2020. 6. 1.
00. <지폐의 세계사> 연재 예고 지폐를 보면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알 수 있다! 최고의 대중 인문학자가 25년간 여행하며 기록한 세계 각국 지폐에 얽힌 사연과 아름다운 디자인에 숨겨진 놀라운 진실 지폐에서 부룬디 10년의 흐름을 읽다. 1995년 중앙아프리카의 나라 부룬디에서 새로운 도안의 지폐가 발행되었다. 전 대통령 은다다예의 초상화가 인쇄된 지폐였다. 그런데 2년 후 지폐에서 은다다예 대통령의 초상화가 삭제되고, 그 자리에 전통 조각 도안이 새겨졌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오랜 기간 부룬디는 후투족과 투치족 간의 뿌리 깊은 원한으로 분열과 대립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1994년 부룬디 내전이 발발했으며, 이는 르완다 대학살의 전초전이기도 했다. 내전이 일어나기 전 부룬디 최초의 후투족 출신 민선 대통령이었던 은다다예는 두 민족.. 2020.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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