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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읽기20

12. 견우 VS 그녀 (마지막 회) 제 12화 사랑은 가끔씩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걸 느끼게도 한다 TV에서 보면 가끔씩 종합 무술인이라고 나와서 차력을 보여주기도 하고 격파 시법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저도 종합 무술인입니다! 정말입니다! 진짭니다! 못 믿으시겠다는 눈치이신데, 그럼 저희 비밀을 밝히겠습니다. 저는!!!! 태권도, 검도, 유도, 합기도, 쿵푸를 합쳐서 1단씩이나 됩니다. 바둑까지 합치면 1단 12급입니다!!!! 더 합칠 게 없을 거 같습니까? 어렸을 때 배운 주산까지 합치면 적어도 2단은 됩니다. 하긴 육군예비역 병장 중에 태권도 1단 아닌 남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츄르르~! 제가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힘이 없어서 그녀한테 맨 날 맞고 사는 게 아니란 걸 이번 기회에 확실히!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설마 제가 그녀.. 2022. 7. 1.
10. 생일·두 번째 제 10화 준비된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고로 준비된 사랑도 없다. 사랑은 언제 어디서나 찾아올 뿐 … 드뎌!!!! 내일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그녀의 생일입니다. 거사를 치르려면 당근 사전답사가 필수 아니겠습니까?? 물론 군대 가기 전에 알바 하러 맨 날 갔던 곳이지만, 그 동안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모르고, 또 중요한 일을 치르기 전엔 리허설을 꼭 해야 합니다. 준비운동을 안 하고 수영장에 들어간다던지 또는 침대에 들어가게 되면, 수영장일 경우는 심장마비가 오고 침대일 경우는 코피가 쥬르륵 나옵니다. 그녀의 생일 하루 전 놀이동산. 작전은 새벽에 감행됩니다. 정문?? 막혀 있을 거 뻔합니다.그럼??? 새벽에도 들어갈 수 있는 개구녕을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예전에 거기 개구녕 절.. 2022. 6. 29.
08. 길들여지기 제 8화 만남은 가끔씩 서로에게 길들어지기를 요구하기도 한다. 저는 그녀의 터프함과 동해 번쩍 서해 번쩍에 질려 있었습니다. 당연하지 않습니까? 그녀가 언제 어디서 사고를 칠지 모르는데다가 언제나 뜬금없이 전화를 걸어, “몇 분 안에 어디로 안 나오면 죽는다!!”라고 해대니 어떡합니까! 혹시 일어날지도 모르는 돌발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뭔가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습니다. 기르는 애완용 고양이라면 방울을 달아주면 됩니다. 강아지라면 집 전화번호를 적은 목걸이라도 하나 걸어 주면 됩니다. 어라라~!! 집 전화번호를 적은 목걸이!!! 그렇습니다~! 오예에~! 그 방법이 있었습니다. 그녀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으하하핫~!! “나 견운데, 오늘 저녁에 좀 보자.” “오늘 저녁에?” “그래! 내가 너.. 2022. 6. 27.
07. 석촌호수 제 7화 타인의 아픔을 같이 느낄 순 없을까? 그녀는 주말이 아니면 수요일에 저를 만나려고 합니다. 특히 수요일에는 거의 백퍼센트! 그녀한테 연락이 온다고 알고 있으면 됩니다. 왜냐구여? 그녀는 수요일에 학교수업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번 수요일에 그녀가 우리학교에 와서 난장판을 쳐놓고 갔기 때문에 전 수요일에 들어있는 강의는 안 듣습니다. 아니 못 듣습니다. 등록금이 대체 얼만데 …. 돈 아까워 죽습니다. 오늘은 수요일~! 수요일엔 오뚜기 카레~! 아닌감 …? 저는 지금 학교에 가는 걸 일찌감치 포기하고 집에서 대기 중 입니다. 사전에 그녀의 연락은 당근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녀가 저희 집 근처에 와서, ‘일 분 안에 안 나오면 죽는다!!! 라고 하면 전 1분 안에 그.. 2022. 6. 26.
06. 학교 제 6화 서로를 구속함에 있어서 느끼는 자유가 진정한 자유일지 모른다. “자아~, 오늘은 여기까지 할께요. 수고들 많았어요.” “수고하셨습니다, 교수님!” 오전 수업이 끝났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 3시간짜리 연강을 하나 더 들어야 합니다. 점심을 먹기 위해 학생식당으로 가는 도중 핸드폰이 울리더군여. 그녀였습니다. “여보세여?” “견우야~ 나야.” “응~. 왠일이야?” “너 지금 어디야?” “나 학굔데 …, 너는?” “나 오늘 수업 없잖어. 집이야.” “글쿠나.” 그녀는 S대를 다닙니다. 저도 별 볼일 없는 놈이지만 어쩌다보니 대학생입니다. 또 그녀는 수요일에 수업이 없고, 저는 목요일에 수업이 없습니다. 오늘은??? 수요일~! 저는 내일 수업이 없기 때문에 오늘이 마치 휴일 전날 같이 느껴집니다. “.. 2022. 6. 25.
05. 인연·세 번째 제 5화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것들은 우리도 모르는 성욕일수도 있다. 하지만 … 멀쩡한 남녀가 소주방에 들어간 지 20분도 안되어 남자가 여자를 업고 나오는 광경이란 …!!! 으으 … 종업원이 먼 가 수군거리는 듯 합니다. ‘야, 약 먹였나봐 …!’ 헉 …! 뭡니까? 약을 먹이다니!!! 주위가 깜깜해서 다행입니다. 막상 그녀를 들쳐 업고 밖으로 나왔지만 어떻게 해야 하나 아무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어쩔 수 있습니까?? 한번 경험이 있지 않습니까? 해본 대로 하는 수밖에 …. 갔습니다!! 어젯밤 그 여관을 …. 역시 어젯밤 그 아줌마가 우리를 맞으시더군여. 절라 친한 척 합니다. “엇, 학생!! 또~오 왔네?” “네, 안녕하세요? 아줌마.” “오늘도 색시가 떡이 됐네. 푸하하핫!” “ …….” “얼른 .. 2022. 6. 24.
03. 인연·첫 번째 제 3화 가끔씩 바보가 되면 세상이 아름다워질 때가 있다. “형, 밥 먹어~~~!” “으~응.” “형, 엄마가 빨리 와서 밥 먹으래. 일어나 빨리이!” “아라써. 으으 …!” “형, 지금 9시야 9시!!!!” 사촌동생 녀석이 밥을 먹으라고 깨웁니다. 어제 늦게 아니 오늘 일찍 고모 집에 왔기 때문에 제대로 인사도 못 드리고 오자마자 자버렸습니다. 식탁에 가보니 할머니가 먼저 나와 계시더군여. “견우 언제 온 거냐?” “어제 늦게 왔는데 할머니 주무시던데요?” “얘가 새벽 같이 와 놓고선 무슨 소리야 지금.” “고모, 그냥 넘어가.” “무슨 애가 죽은 것처럼 잠을 자니?” “ …….” 그렇게 아침식사를 하면서 늦은 인사를 드렸습니다. 늦은 아침을 먹고 나니 사촌동생이 웬 종이조각하고 샤프를 가지고 옵니다... 2022. 6. 22.
00. <인간 실격> 연재 예고 『인간 실격』, 행복마저도 두려워했던 한 사람의 고백 역자 후기 일본의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太宰治, 1909~1948)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그가 죽기 직전에 쓰였다. 다소 강렬하고 자극적인 제목의 이 소설은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이미 꽤 유명하다. 긴 시간 동안 다양한 번역서가 나왔고 아직도 많은 이들이 꾸준히 읽고 있다. 여러 차례 영화화도 됐으며, 몇 년 전에는 일본의 유명한 만화가가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만화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인간실격』이 누적 판매 부수 천만 부 이상을 기록하면서 다자이 오사무는 일본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아마 십여 년 전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는 그저 우울한 기질을 지닌 사람의 극단적인 이야기라고만.. 2022. 6. 22.
02. 만남·두 번째 제 2화 우리가 흔히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사랑이 아닐지도 모른다. 억수장! ♨ 초록색 여관 이름이 반짝반짝 거리며 빨간색 장이란 글자와 너무도 멋지게 하모니를 이루고 있습니다. 진짜 눈물겹습니다. 세상이 아름답습니다. 인간승리입니다. 츄르륵~! 하지만 여관을 찾았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게 아니더군여. 거기에 들어가는데도 많은 용기가 있어야 할 거 같습니다. 애인하고 손을 꼭 잡고 들어간다면야 면상에 철판 깔고 할 수도 있을 거 같지만 이건 상황이 좀 다르지 않습니까?? 저 혼자서 괜히 마음이 찔립니다. 여관 아줌마가 머라고 생각하겠습니까?으 …. 지나가는 여자 줘 패서 기절시켜 데꾸온지 알겁니다. ‘그냥 여기다 버리고 갈까?’ ‘아니야. 그러다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떡해. ‘철판 한번 깔아봐?’ .. 2022. 6. 21.
04. “가즈코가 있어서, 가즈코가 있어 줘서, 이즈로 가는 거야.” 어머니는 놀랄 만큼 늙고 힘없는 목소리로 뜻밖의 말씀을 하셨다. “가즈코가 있어서, 가즈코가 있어 줘서, 이즈로 가는 거야. 가즈코가 있어 주니까.” 나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아 엉겁결에 여쭈었다. “제가 없었으면요?” 그랬더니 어머니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셨다. “죽는 게 낫지.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 집에서, 엄마도, 죽어버리고, 싶어.” 띄엄띄엄 말씀하시다가 끝내 서럽게 우셨다. 어머니는 이제껏 내게 단 한 번도 이런 약한 소리를 하신 적이 없었고, 또한 이토록 애통하게 우는 모습을 보인 적도 없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내가 시집갈 때도, 배속에 아기를 품고 어머니 곁으로 돌아왔을 때도, 아기가 병원에서 죽은 채 태어났을 때도, 내가 병으로 몸져누웠을 때도, 또 나오지가 나쁜 짓을 했을 때도,.. 2022. 6. 20.
02. 19살에 집을 사다. 대학 2학년이 끝나갈 무렵, 나는 내가 운동 말고는 다른 일에 별로 열정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남은 인생을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도 막막했다. 그러던 어느 날 캘거리에서 돌아오는 에드먼턴 공항에서 친구의 어머니를 만나게 되었다. 우리는 대화를 나누었다. 그녀가 나에게 말했다. “나는 알래스카로 가는 중이야. 남편이 알래스카 유전 송유관 5개 구역 중 하나의 프로젝트 관리자란다. 네가 미국인이 아니라서 유감이다.” 그녀는 한 마디 덧붙였다. “네가 미국인이고 원하기만 한다면 거기서 일할 수 있는데 말이야.” 알래스카 송유관은 길이 800마일의 강철관으로 미국의 마지막 불모지의 심장부를 관통한다. 그것은 세계 역사상 가장 거대하고 비싼 민간 건설 공사 중 하나였다. 내가 이전에 전혀 생각해 보지도 .. 2022. 6. 16.
09. 강박장애가 있어요. 다음 날 아침, 에릭이 문을 열자 맥스 자보우스키가 대기실 나무 의자에 구부정하게 앉아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맥스? 어서 와라.” “안녕하세요.” “찾아오는 데 힘들진 않았고?” “네. GPS를 이용했거든요.” “그랬구나. 어서 들어오렴.” 에릭이 열려 있는 상담실 문을 가리키자, 맥스가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에릭은 맥스가 병원에서 봤을 때보다 고민이 더 많아 보인다고 생각했다. 맥스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잠을 별로 자지 못한 것처럼 눈 밑이 검었다. 앞머리 아래로 보이는 이마를 잔뜩 찡그리고 있는 것이 기분이 많이 안 좋은 것 같았다. “패리시 선생님, 만나주셔서 감사해요.” 상담실 가운데 멈춰 선 맥스가 말했다. 조심스러우면서도 고마워하는 눈빛이었다. 가까이에서 보니, 맥스의 피부는 .. 2022. 5. 19.
06. 선생도 아이가 있다면 알겠지만, 그 애만 괜찮으면 난 아무런 걱정이 없어요. “개인 상담을 할 수는 있습니다.” 에릭은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말했다. 사실 새 환자가 필요하지는 않았다. “맥스가 원한다면 시간을 내보지요.” “정말요?” 티크너 부인의 쌍꺼풀 없는 눈에 희망이 가득했다. “그래줄 수 있겠어요?” “네. 맥스가 원하면요.” “정말 고마워요!” “별말씀을요.” 티크너 부인이 안도하는 모습을 보자 에릭의 마음도 편해졌다. “하지만 심리 치료는 아주 만만찮은 일이고, 환자 본인이 원해야만 도움이 된다는 건 알고 계실 겁니다. 제가 맥스에게 제안은 해보겠지만 모든 건 당사자한테 달렸어요.” “그 애도 받아들일 거예요. 선생님이 내 무거운 짐을 덜어줬네요.” 티크너 부인이 휴지를 꼭 쥔 채 관절염으로 울퉁불퉁한 손을 맞잡았다. “이 세상에 그 애보다 더 소중한 건 없다오. 맥.. 2022. 5. 16.
05. 우리 손자는 내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요. “어째서 맥스에게 도움이 필요한 건지 말씀해주시죠.” “그 애는 내가 잘 먹으면 좀 더 오래 살거나 괜찮을 거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난 죽어가고 있으니까. 맥스는 그 사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어요.” 티크너 부인은 눈도 깜빡하지 않은 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난 영양 보급관을 달고 싶지 않아요. 아흔 살이면 충분히 오래 살았지. 진통제 약효가 떨어지면 온몸이 아프다오. 난 집에서 자연스럽게 떠나고 싶어요.” “이해합니다.” 에릭은 자신도 이처럼 용감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는 더 이상의 검사는 필요 없다고 결정했다. 티크너 부인은 아무런 이상이 없었고, 본인이 치료를 거부했다. 이런 상황이면 부인의 손자에 대한 걱정을 들어주는 것이 합당했다. “맥스의 부모님은 어디 있습니까?.. 2022. 5. 14.
02. 죽음을 앞둔 환자 에릭 패리시 박사는 호출을 받고 응급실로 가고 있었다. 에릭은 병원 복도를 서둘러 지나갔다. 갑자기 확성기 시스템이 켜지면서 스피커를 통해 녹음된 자장가가 흘러나왔다. 병원에서는 출산 서비스의 일환으로 아기가 태어날 때마다 자장가를 틀어주었다. 하지만 에릭은 그 소리가 위층에 있는 정신질환자들에게 고통을 줄 것을 알기에 움찔했다. 그가 담당한 환자들 중에 아이를 사산한 뒤 우울증에 걸린 젊은 엄마가 있었는데, 간간이 그 자장가 소리를 들을 때마다 감정적인 기복이 커지곤 했다. 에릭은 관리실에 자장가 소리가 정신병동까지 들리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그들은 항상 스피커 시스템을 바꾸는 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만 할 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에릭이 그 비용을 내겠다고 했지만 관리실에서는 안 된.. 2022. 5. 8.
10. 레이나는 어디든 갈 거야 (마지막 회) “다음은 어떻게 하고 싶어?” 이츠카짱이 묻는다. 보스턴 커먼 ― 호텔 앞에 있는 공원 이름이었다 ― 안을 산책하고 벤치에 앉은 참이다. 눈앞의 연못 물은 탁한 녹색이고 연못가에는 개구리 동상이 자리 잡고 있다. “이츠카짱은?” 벌써 10월인데 바지 자락을 걷어 올리고 그 얕은 못에 들어가 노는 아이가 있다. 그 곁에는 엄마로 보이는 여자도 있었는데 강아지 리드 줄 같은 것을 아들의 허리에 매고 그 한쪽 끝을 손으로 감아쥐고 있었다. 아이는 장난감 양동이와 물뿌리개를 들고 있다. 레이나는 남동생인 유즈루를 떠올렸다. 연못 안의 아이는 유즈루보다 어렸지만. “난 다 좋아, 뭘 하든 안 하든.” 이츠카짱이 말한다. “왜냐면,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여행은 하고 있는 거니까.” 그건 그렇다고 레이나도 생각한다.. 2022. 2. 1.
07. 고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몸이 차가워져 있던 터라 목욕을 하기로 한 건 아주 좋은 생각이었다. 욕조 물에 몸을 담근 채 향긋한 비누로 팔다리를 씻으면서 레이나는 그리 생각했다. 욕실은 넓고 청결하고 쾌적하다. 다만 방에 혼자 있다고 생각하니 불안하기도 했다. 산책 나간 사촌 언니가 얼른 돌아와 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아서 배가 엄청 고프지만, 좀 있다 레스토랑에 간다(리비 일행과 약속한 가게 이름은 ‘파이브 버거스’니까 아마도 햄버거를 먹게 되겠지)는 것을 알기에 배가 고픈 것도 이제는 즐거웠다. 게다가 고래! 고래를 볼 수 있다니 ‘굉장한 일’이다. 크고, 힘세고, 귀여운 얼굴에 정직하다는 것이 레이나가 생각하는 고래다. 정직에 관해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레이나 자신도 알 수 없었지만 어쩐지 그런.. 2022. 1. 29.
06. 고래 보러 가자 보스턴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린 때는 4시 정각이었고. 그런데도 이미 땅거미가 짙다. ‘춥다’는 것이 이츠카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왜 이리 컴컴해?” 라는 것이 레이나가 한 말이었다. 자다 깬 멍한 표정이다. 터미널 안 벤치에 앉아 이츠카는 접이식 지도를 펼쳤다. 원래는 걸어서 차이나타운을 지나 그 부근에 밀집한 호텔 중 한 곳에 방을 잡을 예정이었다. 거기다 짐을 놔두고 거리를 좀 걸으며 상황을 파악한 뒤 조금 이른 저녁(이랄까, 오늘의 첫 끼니)을 먹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비가 내리고 있어서 우산 없이는 추우니 가깝더라도 지하철을 타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저기, 레이나.” 걷는 게 좋은지 지하철을 타는 게 좋은지 물어보려고 고개를 들어 보니, 옆에 있어야 할 레이나는 .. 2022. 1. 28.
05. ‘본다’는 것은 유일한 ‘Yes’다. 장거리 버스의 뱃속에 짐들이 차곡차곡 실린다. 그러나 이츠카는 자신들의 차례가 되자 짐을 맡기길 거부했다. 다른 승객들의 짐에 비해 자신들의 짐은 훨씬 작기도 했고 이것저것 중요한 물건이 들어 있어서 손닿지 않는 곳에 놔두고 싶지 않았다. 수염을 기른 중년 직원이 목을 살짝 움츠리더니, 그럼 그냥 타라고 말하는 듯이 엄지로 어깨 뒤를 가리킨다. 30번 게이트는 지하 2층으로 밤처럼 형광등이 적막하게 비추고 있다. 바깥의 맑은 하늘이 거짓인 양. “먼지 냄새 나.” 차에 오르면서 레이나가 말한다. “그보단, 디젤 엔진 냄새 같은 걸.” 이츠카가 대답했다. 냄새는 코라기보다 입으로 들어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차 안 전체가 보이는 자리여야 안심이 될 것 같아서 맨 뒷자리에 나란히 앉는다. 저마다 배낭을 무릎 .. 2022. 1. 27.
<스카치캔디 할머니의 비밀주머니> 어른들의 성장 판타지 소설 어른들의 성장 판타지 소설 지도에 없는 기차역, 그 곳에서 시작된 특별한 만남 2022.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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