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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49

09. 라뽀를 통한 노후 예습 (마지막 회) 라뽀(Rapport)는 ‘관계’라는 뜻의 프랑스어로, 의료인과 환자 사이의 관계와 신뢰 정도를 일컫습니다. 의료에 있어서 라뽀가 필수적인 이유는 의료진과 환자 간에 신뢰와 의사소통이 없다면 치료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건강한 라뽀를 형성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며, 요양병원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요양병원의 특성상 환자 대부분은 삶의 마지막 순간인 임종까지 의료진과 마주하게 됩니다. 외부의 병의원이라면 A 병원의 진료가 마음에 안 들 경우 B 병원으로 옮기면 그뿐이지만, 요양병원에서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저 역시 요양병원에서 처음 환자를 대할 때,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의 라뽀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열 번의 춘하추동을 동고동락하다 보니 노인 환자들의 삶을 통해 제 인생과 노후에.. 2022. 11. 19.
08. 한의사로서의 삶, 간병인으로서의 삶 주말에 아버님의 생신이었다. 평소 좋아하시는 초밥과 잡채, 미역국, 새우구이를 준비했다. 생일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아이와 함께 생신 축하 노래도 불렀다. 명절이나 생신 때마다 외동아들과 며느리만 축하하던 과거에는 잔칫상이 썰렁했는데 아기가 채워준 우리 집 공간은 참 크고 따뜻했다. 아버님은 센터에서 돌아오시면 저녁 시간 거실에서 아이와 놀이를 하신다. 아기가 갓난쟁이 때는 아버님이 주로 실내용 유모차를 밀어 주셨지만, 지금은 상호 작용이 가능할 만큼 자랐다. 아기는 할아버지가 방에서 나오시면 반가워서 “카! 카!”라고 외친다. 카드놀이를 하려는 것이다. 한 통에 50장의 카드가 들어있는데 한자리에 앉아 다 공부할 만큼 아이의 인내심이 늘었다. 아이는 할아버지와 카드놀이를 하면서 자신의 지식을 알려주는 .. 2022. 11. 18.
06. 사랑하는 그대를 나 기억해요... 심금을 울린 <너를 만났다> 테마곡 사랑 사랑하는 그대를 나 기억해요 우리의 사랑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언젠가 모두 사라지겠죠 그래서 나 노래해요 영원히라 믿는 노래로 그대를 _강아솔 ‘Dear’ ‘어떻게 이런 음악과 가사가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하늘에 있는 가족을 가상현실에서 잠시 만난다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기다린 노래 같았다. 우리 둘의 일을 아는 모든 사람이 사라진다는 것은, 시간이 흐르고 지금 이 지구의 모든 사람도 죽고 없어지는 것… 우주의 나이에 비하면 인간의 삶이 얼마나 짧은지, 이상하게도 기억에 관해 생각할수록 시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Dear’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생각했던 시간과 기억에 대한 느낌을 너무나 짧은 가사로 잘 표현하고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너, 우리가 사랑한 너랑 나 둘의 기억만큼은 영.. 2022. 11. 11.
03. 말이 나쁘면 기수가 뛰어나도 이길 수 없다. 톱니바퀴가 아닌 모터 ‘톱니바퀴가 되지 말고 모터가 되라! 다른 존재의 움직임을 단순히 따라가는 톱니바퀴가 아니라 스스로 강력한 모터가 되어 자신과 회사 그리고 이 세상을 움직이는 주도자가 되어야 한다.’ _하세가와 가즈히로(Kazuhiro Hasegawa) 호랑이 개체 수 감소를 막은 비결 케냐는 코뿔소 개체 수가 줄어들자 코뿔소를 사살하는 밀렵꾼을 즉결 재판했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고. 반면 인도도 호랑이 개체 수가 줄어들어 고민이었지만 성공했다고 한다. 그 비결은 바로 밀렵꾼을 경비원으로 채용한 것. Not-To-Do List 우리는 대부분 ‘해야 할 일의 목록’을 작성한다. 그러나 ‘더 이상 하지 않을 일’의 목록도 만들 필요가 있다. 그만하기 목록을 통해 더 이상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살펴보면 어.. 2022. 11. 5.
01. 시작과 끝은 동일하다. 흩어져 있는 지식을 조합하라. 상식을 뒤엎는 새로운 증거를 찾아라. 통념을 깨고 본질에 접근하라. 시작과 끝은 동일하다 음악은 시작과 끝이 동일하다고 한다. ‘아하!’라는 생각이 든다. 다양하게 굴곡진 여행을 떠났다가 결국은 집으로 돌아온다는. 하나하나의 작품이 각각의 인생과 동일해 보인다. 모든 사람의 인생은 하나하나의 예술작품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사람의 인생은 ‘베토벤의 영웅’과 같기도 하고 어떤 사람의 인생은 ‘쇼팽의 왈츠’와 같기도, 또 어떤 사람은……. 걸작이든 대중가요든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끝엔 결국 집으로 돌아온다는 것. 목표 나누기 단순한 희망만으로는 하고자 하는 바를 달성할 수 없다. 실험에 의하면 희망을 목표로 정하고 그 목표를 다시 중간의 작은 목표로 나누어 정의하고 이를.. 2022. 11. 3.
00. <통찰의 시간> 연재 예고 깨어나게 하고 행동하게 하는 555개의 통찰 이 책은 저자의 10여 년간 통찰을 담았다. 엄선한 책 500여권의 핵심 내용과 저자의 경험 및 지혜가 융합하여, 간결하지만 ‘아하!’하며 바로 행동하게 하는 코칭이 555개 통찰의 글에서 생생하게 느껴진다. 일, 리더십, 경영, 창업, 인생에 대한 필독서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10여 년간의 저자의 통찰의 흐름과 축적과 발산을 경험할 수 있는데, 트렌디한 숏폼 동영상과 같이 파격적인 숏폼 글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짧고 간결하며 핵심만 담아 독자들이 읽기 편하도록 정리되었다. 특히, MZ세대에게는 트렌디한 형식에 읽기 편할 뿐 아니라 한 문장, 한 문장이 큰 깨달음이 되고 자신의 나아갈 바를 명확히 인식하게 하는 통찰의 보고가 될 것이다. 저자 l 신.. 2022. 11. 2.
10. 소음을 줄이고 나 자신과 소통하라. (마지막 회) 중요한 것에 집중하라. 얼마 전 나는 깜깜한 밤에 해변에 앉아 부서지는 파도를 바라보며 다시금 바다의 엄청난 에너지에 감탄했다. 강렬한 힘을 뿜어내는 바다를 보고 있다 보면 바닷물이 멀고 먼 길을 여행한 끝에 그 파도가 목적지에 다다른다는 사실을 깨닫곤 한다. 반짝이는 별로 수놓아진 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나는 이러한 자연의 힘을 완벽히 이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세상 속의 아름답고 중요한 것들을 너무 쉽게 놓치고 만다. 필요한 양의 산소와 중력, 그리고 다른 자원과 에너지가 있어 지구 위에서 생명체가 살 수 있다는 사실은 정말 놀랍고 신기한 일이다. 지구는 엄청난 행성이다! 노을과 일출, 해변, 산, 바다, 강, 호수, 야생동물, 숲, 그리고 수천 년 동안 약속한 듯이 찾아오는 계.. 2022. 10. 26.
00. <내 안의 소음을 줄여라> 연재 예고 내 삶에 집중하라! 행복해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라. 오늘날 우리는 셀 수 없이 많은 정신적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눈앞에는 수많은 선택지가 놓여 있다. 검색해봐야 할 것들, 생각해야 할 것들, 걱정해야 할 것들, 무엇보다 죄책감을 느껴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완벽을 추구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완벽해 보인다. 사람들은 늘 미소를 짓고 있다. 한 손에는 술잔을 들고 큰 소리로 웃으며 파티를 즐기거나 열대 지방의 낙원에서 휴가를 보내기도 한다. 보란 듯이 그들의 삶에서 가장 멋지고 화려한 순간을 자랑한다. 너무도 신나고 즐거워 보인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 어디에도 완벽한 인생은 없다. 요즘 우리는 스마트폰.. 2022. 10. 16.
07. 막후의 실세, 찰리 멍거(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는 어떤 책을 읽을까? 사람들은 스마트해지려고 노력한다. 내가 노력하는 거라곤 호구가 되지 않는 것뿐이다. 대부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의외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_찰리 멍거 찰리 멍거는 1924년 1월 1일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Omaha)에서 태어났다. 비범한 인물은 태어나는 타이밍조차 기가 막히다.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보다 여섯 살 많았다. 그가 오마하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은 말 만들기를 좋아하는 호사가들의 좋은 소재가 되었다. 그는 십대일 때 버핏의 할아버지가 소유한 자그마한 식료품 가게였던 버핏앤드선(Buffett & Son)에서 하루 열 시간 일하고 일당 2달러를 받는 노동 착취(?) 수준의 알바를 하기도 했다. 그의 아버지는 변호사였고 할아버지는 지방법원 판사이자 하원 의원이었다. 멍거라는 성(姓)은 독일어.. 2022. 10. 5.
05. 회상, 직장 생활 (마지막 회) 나는 학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정치학은 조직 간이나 조직 내외의 다양한 갈등 현상을 파악하고 관리하는 학문이다. 오늘날 기업 활동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갈등을 고려할 때 정치학도 기업 경영에 연관 있는 학문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졸업할 당시에는 대부분의 기업이 문과 출신자에게는 경영, 경제, 법학, 행정학을 전공 시험과목으로 인정했다. 취업에 대비하여 경제학 과목을 선택하여 필기시험에 임했던 기억이 난다. 채용의 전형적인 형태는 영어, 전공(택일), 상식의 필기시험이 1차 관문이었고, 2차 실무자 면접 및 3차 임원면접으로 이어졌다. 대한항공, 한진해운, MBC 기자직, 은행 등 여러 회사의 필기 시험에 붙었으나 최종 면접까지 통과한 곳은 J 은행과 지금은 없어진 한진해운이었다. 입사 한 뒤.. 2022. 9. 21.
10. 언니는 언니 없이 어떻게 버텼을까? (마지막 회) “오늘이 학교 가는 마지막 날이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공부해. 엄마랑 언제 한국에 돌아가야 할지 모르니까.” 예전에는 홍콩에서 국제 학교에 다니는 아들에게 이런 당부를 했다. 당시 국제 학교를 보내는 비용은 그렇게 저렴하지 않았다. 사업이 잘 되지 않으면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질 수 없을 것 같았다. 사업이 잘 안 되면 내가 책임지고 있는 직원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불안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내가 그렇게 말하면 아이들은 해맑게 묻곤 했다. “한국에 가서 엄마는 뭘 할 건데요?” “글쎄. 아들들 좋아하는 치킨 장사를 할까?” 치킨을 팔겠다는 건 작은 사업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아들이 좋아하는 걸 만들어 주고 싶다는 농담에 가까웠다. 그러면 아들은 이렇게 받아치곤 했다. “샌드위치 장사가 더 좋아요.. 2022. 9. 8.
05. 풍요 마인드에 집중하기 ‘인생’이란 주어진 삶을 진지하고 소중하게 대하며 느긋하게 일을 사랑할 때 더 나은 풍요를 창출한다. 분주하고 집중이 어려운 생활과 스트레스를 받아 저하된 마음가짐에서는 창의적이고 기발한 생각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반대로 기분이 고양되어 편안하고 안정적이며 여유로우면 반짝반짝 빛나는 영감들이 떠오른다. 이때 상상의 나래를 마구 펼쳐 잊지 않게 적어도 보자. 만약 여러분이 누군가에게 성공하는 방법을 오직 한 가지만 조언한다면 무엇을 말해주겠는가? 나는 ‘여유 있는 집중’을 꼽을 것이다. 느긋하고 여유가 있어야 탁월한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여유 속에서 신중을 기할 수 있다. 이는 자동차에 기름이 가득 차 있어야 주변도 살피며 운전에 집중할 수 있는 것과도 같다. 빅터 프랭클의 저서 는 자기계발 분.. 2022. 8. 27.
02. 이방인으로서의 삶이, 이제 시작되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은 엄격하고 보수적이었다. ‘넌 잘난 부모님을 닮아야지.’, ‘넌 말 잘 듣는 착한 아이잖아.’ 처음엔 칭찬을 받는 게 좋아서, 그다음에는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그다음에는 잘하지 않으면 사랑받지 못할 것 같아서 열심히 했다. 공부도 잘하면서 부모 속 썩이지 않는 눈치 빠른 아이가 되었다. 어른의 눈을 가진 아이에게는 상처가 보인다. 부모님이 다른 사람에게 나를 자랑할수록, 나는 우쭐하면서도 짓눌렸다. 앞으로도 잘해야 하니까. 나는 그 흔하다는 사춘기도 겪지 않았다. 그렇게 자라다 보니 마음속에는 부모님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갈망이 생겼다. 대학에 가는 건 그런 내가 자유로운 세상으로 나가는 첫 발자국이었다. 그런데 집이 이렇게 된 이상, 대학에 갈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었다. 지.. 2022. 8. 24.
01. 순간 : 행복을 이루는 최소의 시간 단위 섣달 그믐날이었다. 내일이면 진짜 새해가 시작되는 설이다. 아르바이트 면접 간 둘째가 어디쯤일까 싶어 3시쯤 전화를 걸었을 때 인사동이라고 했다. “우리도 나갈까?” 여기서 우리란, 아들을 뺀 나와 막내를 지칭한다. 귀한 명절 연휴가 아닌가. 음식은 다 해놓았겠다, 큰 일거리가 없었다. 아직 해가 있을 때 나가고 싶었다. 가는 해의 마지막 해인 셈이다. 엄마와 언니의 전화 내용을 듣던 막내가 방에서 튀어나오며 “우리 외식해?” 하더니 “우와앙, 신난다. 꽃단장해야지.” 하며 제일 신나 한다. 밖으로 나왔다. 어머, 오늘 날씨 왜 이래? 음력 설 전날이 진정 맞는 것인지? 거짓말 조금 보태어 봄날이었다. 3일 전 아들이 입대한 나의 쓸쓸한 마음을 단박에 녹여주는 훈풍이 불고 있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불변의.. 2022. 6. 29.
00. <행복 합의> 연재 예고 따로 또 같이, 행복해지는 방법에 대하여 들어가는 말 이것은 내 생애 ‘첫 번째’ 책이다. ‘첫 번째’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우선 순서를 나타내는, 글자 그대로 처음이라는 의미가 있다. 또 다른 하나에는 다음을 상정하는, 그러니까 두 번째 책의 탄생을 예고하는 강력한 의지가 포함된다. 글짓기와 관련한 나의 소사를 잠깐 더듬어보고자 한다.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대외적인 글짓기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대구 MBC가 주최했던 ‘엄마와 함께’ 백일장이었던 것 같다. 그때 나는 산문부 차상으로, 함께 출품한 엄마는 아마도 운문부 장원으로 입상하였을 것이다. 글을 지속적으로 썼더라면 좋았을 터이지만 중·고등학교 시절은 공부를 핑계로 암흑기나 다름없었다. 1996년 가을, 직장인 삼성SDI에서 임직원 백일장이 열렸.. 2022. 6. 28.
00. <그녀를 그리다> 연재 예고 박상천 시집 우리 인생엔 어느 날 느닷없이 생각지도 못한 어둠 속에 버려지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시인에겐 아내와의 사별이 그랬다. 급작스럽게 아내를 떠나보내고 시인은 ‘의미 없는 시간의 한구석’에 버려졌다고 느낀다. 아내의 부재는 모든 곳에서 왔다. 겨울이 깊어져도 바뀔 줄 모르는 여름 이불로, 단추가 떨어진 와이셔츠 소매로, 김치 얼룩이 지워지지 않는 도마로, 커피 머신으로 양치 컵으로 쑥갓으로, 아내는 ‘없음’의 모습으로 시인의 곁에 내내 머문다.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기 위해 시인은 삶 곳곳에 남아 있는 아내의 흔적들에 관한 시를 쓰기 시작했다. 아내에 대한 시를 쓰는 것이 오히려 마음을 안정시켰기 때문이다. 늘 있지만 늘 없는 아내를 생각하며 시를 쓰다가 시인은 아내의 웃음만이 아니라 도란거리는.. 2022. 6. 10.
07. 관계 리셋 : 봄날을 선물 받다. 대학 졸업 후, 20년 넘게 가족만 바라보는 엄마이자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만 살았다. 주위 사람들이라고는 가족, 학부모, 같은 일을 하시는 선생님들, 학생이 전부였다. 자식들은 성장해 하나둘 우물 밖으로 떠났지만 난 그럴 수 없었다. 안전한 우물 밖으로 나가야 할 이유도 용기도 없었다. 바깥세상은 뱀과 독수리 같은 위험천만한 일들이 도사리고 있다고 착각했다. 그랬던 내가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꿈을 찾아 모험을 떠났다. 혼자서 우물 밖으로 기어 나왔던 것이다. 포근하다고 생각했던 우물은 나오고 나니 지하 감옥이 따로 없었다. 바깥은 따뜻한 햇볕과 예쁜 꽃들과 푸른 나무가 가득한 아름다운 세상이었다. 우물 안에서 혼자 무섭고 우울했던 시간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듯 새로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2022. 6. 3.
00. <스파이더맨의 비애> 연재 예고 남다르게 평범한 여성의 가족과 책과 인생 책을 여는 말 아이들을 키우면서 마주이야기를 썼다. 어디 풀 곳도 없고 키우는 일은 만만치 않아서 엄마인 나를 늘 좌절하게 했다. 육아는 오롯이 혼자만의 몫이었고, 모순투성이 엄마는 항상 흔들리고 약해지고 답답했다. 그렇지만 아이들의 행복과 기쁨에 1순위를 두었던 것은 지금까지 했던 일 중 가장 잘한 일이다. 이제 20대를 살고 있는 아이들은 최소한 ‘자기 행복에 대해 아는 사람’이 되었다. 그 덕분에 엄마인 나는 조금 마음을 놓아 본다. 자기 행복을 아는 사람이 남의 행복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러면 따뜻한 사회 일원이 되리라 생각한다. 요즈음은 ‘혼자 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혼자 하는 말도 점점 늘겠지, 생각한다. 나이가 들수록 혼자 잘 노는.. 2022. 5. 25.
08. 괜찮아(No pasa nada) 힘들거나 난처한 크고 작은 일은 일상생활에서 생긴다. 괜찮다고 표현할 때 스페인어로는 이렇게 말한다. No importa. (노 임뽀르따) 중요하지 않아. No pasa nada. (노 빠사 나다) 아무 일도 아냐. 두 표현은 일상생활에서 정말 많이 쓰인다. 삶이라는 큰 쇠공은 계속 굴러간다. 그 길에 크고 작은 일들이 발생한다 하여도 공은 여전히 단단하다. 쇠공에 작은 상처가 날 수는 있어도 멈추지 않는다. 어떤 일은 일상생활 속 작은 일이 아니어서 정말로 공을 멈추게 할 수도 있다. 왔던 길을 다시 가게 하거나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버릴 수도 있다. 인생에는 고난과 시련이 항상 함께한다. No hay mal que por bien no venga. 아직 오지 않은 선(善)이 있기에 세상에 나쁜 것.. 2022. 5. 25.
00. <여자 리셋> 연재 예고 숨기지 않을 용기, 우아하고 당당하게 우린 아름다웠고 아름답고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코로나가 뭔지도 몰랐던 2018년 가을, 일상에 지친 친구와 나는 둘이서 훌쩍 세부로 떠났다. 거기서 만난 38살 미영 씨는 대담하게도 혼자 여행을 왔다고 했다. 여행 첫날 밤, 저녁을 먹고 철썩거리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모래사장 위에 앉아 깔깔거리며 밤공기에 취해갈 때쯤, 미영 씨는 또르르 눈물을 흘렸다. “언니, 저 38살인데 조기 폐경이래요. 인생이 왜 이런지 몰라요. 열심히 일만 하고 살았는데…. 5년 동안 사귄 남자 친구랑 이 일로 헤어졌어요. 앞으론 결혼 안 하고 혼자 살 거예요.” 딱했다.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렇게 처음 보는 사람과 마음의 바닥을 나누고 우린 헤어졌다. 내 나이 45살 이른 폐경이 왔다... 2022. 5. 24.
04. 인생의 모양(La forma de vida) La vida no es la cantidad de veces que respiras, sino los momentos que te dejan sin aliento. 인생은 숨 쉰 횟수가 아니다, 숨 멎을 듯한 순간들의 횟수다. 극적인 문장이다. 간 떨어지는 순간 빼고, 숨 멎을 정도로 아름다운 순간은 언제일까. 여행을 하고, 도전을 하고, 기념일엔 모처럼 가족, 친구들과 특별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일주일 중 주말을, 일 년 중 휴가를 기다리며 살아간다. 숨 멎을 듯한 순간은 숨을 잘 쉬어왔기에 찾아온다. 멋진 순간들은 평소에 일상생활을 잘 지낸 보상이다. 일상생활이란 위대한 매트리스다. 큰 슬럼프가 찾아온 적이 있었다. 슬럼프란 일상이 무너지는 경험이다. 먹을 수도 제대로 잘 수도 없었다. 심신이 .. 2022. 5. 19.
08. 가족 VS 물질적 행복 얼마 전에 남편이, ‘당신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를 물어보는 미국 한 리서치에서 다른 나라들은 모두 ‘가족’을 1순위로 선택했는데, 한국만이 유일하게 ‘물질적 행복’을 가장 중요하게 선택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 설마…. 어떻게 그럴 수가?” 그래서 자료를 찾아보았는데 놀랍게도 사실이었다. 미국 Pew 리서치 조사1 중 미국, 영국, 프랑스 그리고 일본까지. 모든 나라는 ‘가족’이 가장 중요했는데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물질적 행복’이 1위였다. 그래서 이에 대해서 내가 아는 지인들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중 결혼한 지 아직 10년이 채 안 된 지인이 말했다. “나도 지금은 물질적 행복이 중요해. 솔직히 처음에는 사랑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다른 것 다 안 보고 사람.. 2022. 5. 12.
02. 삶에도 명도가 필요하다. 그림과 인생 모두 명도가 중요하다. 명도는 색의 세 가지 요소 중 하나로, 색의 밝고 어두운 정도를 뜻한다. 명도가 낮으면 어둡고 명도가 높으면 밝다. 빛은 명도에 영향을 준다. 명도가 높고 낮음의 격차가 클수록 그림의 대비가 강하고, 대비가 강할수록 이미지를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 그림뿐 아니라 인생의 대비도 강한 인상을 준다. 인생의 불운과 행운의 격차가 클수록 다른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력이 크다. 남의 불운을 통해 내 고통은 그보다 덜하다는 것을 깨닫고, 깨달음은 위안과 동시에 좀 더 견디는 힘을 준다. 다른 사람의 행운에서 희망과 막연한 기대감을 품기도 한다. 인생의 대비뿐 아니라 자연의 밝고 어두운 차이는 감성과 이성에 영향을 준다. 어릴 때는 밝은 햇살과 푸른 하늘을 보며 상쾌함, 열정, 설.. 2022. 5. 4.
01. 생각의 결 생각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반갑고 기쁘다. 나이가 어리고 많음은 중요하지 않다. 나이가 많아도 아이 같은 사람이 있고, 나이가 어려도 생각이 깊은 사람도 있다. 생각의 결이 맞는 사람들에게서 안정감을 얻고, 그들의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생각을 키워나갈 수 있다. 성장한 생각은 삶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게 도와준다. 생각의 결이 비슷하다는 것은 자신에게 맞는 수채화 종이를 찾는 것과 같다. 수채화 종이는 표면의 질감이 거친 정도와 물을 머금는 시간에 따라 황목, 중목, 세목으로 나뉜다. 황목은 표면의 돌기가 가장 많다. 물을 머금은 붓으로 그리면 종이의 움푹 팬 부분에 물감이 고여 돌기들이 알갱이처럼 두드러진다. 물이 거의 없는 붓으로 그리면 돌기 부분에 물감이 채색되어 거친 질감을 .. 2022. 5. 3.
00. <깊은 밤을 건너온 너에게> 연재 예고 여백을 담는 일상의 빛깔 여백을 담는 일상의 빛깔 나는 수채화를 그리는 사람이다 《깊은 밤을 건너온 너에게》 누군가가 ‘수많은’의 기준을 물었다. 나는 모른다. 각자의 삶이 다르듯 ‘수많은’의 조건과 기준은 다르다. 연습을 통해 적당한 농도를 조절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말의 의미를 깨달을 것이다. 평범한 삶이 어렵듯 적당한 농도를 찾는 것 또한 쉽지 않다. 농도를 조절하는 연습을 거치다 보면 투명성을 확보하더라도 마음에 들지 않은 그림이 나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채화를 그리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 자신만의 ‘농도’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 농도를 사계절로 나누어 풀어놓는다. 봄에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은 열정과 생각이 가득하고, 여름에는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할 수.. 2022. 5. 2.
05. 해리엇 마티노 나는 생애 최초로 자유롭게 마음대로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여기 사는 것이 좋습니다. 다년간 무기력하게 질병에 시달린 후 이제 내 인생은 (이 계절에) 거칠 것 없이 방랑하는 인생이 됐죠. 나는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경계 지방에 사는 사람처럼 말을 타고 도붓장수처럼 걷고 등산가처럼 산을 오르고 가끔은 친절하고 유쾌한 이웃들과 짧은 소풍을 가고 가끔은 하루 내내 산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기도 해요. - 해리엇 마티노가 랄프 왈도 에머슨에게, 1845년 7월 2일 해리엇 마티노는 노퍽에서 유니테리언 교파 목사와 그의 아내가 낳은 여덟 자식 중 여섯째로 태어났다. 15년에 걸친 문학적, 지적경력을 통해 마티노는 사회학자, 노예 폐지론자, 소설가, 여성과 빈민을 위한 활동가로 국제적 명성을 쌓았다. 또한 .. 2022. 4. 24.
01.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친구 사는 게 지치고 힘들 때 짜증이 나고 화가 날 때 억울하고 답답할 때 자존심에 흠이 날 때 내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에게 이야기해보세요.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가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곁에 고통을 함께할 친구가 없다면 자존감이 무너지거나 자기혐오에 빠져 무척 힘이 들 거예요. 곁에 친구가 있다는 것은 나도 그러한 사람이라는 것을 말합니다. 누군가가 힘들 때 그 얘기를 찬찬히 듣고 공감해보세요. 내 얘기만 하고, 친구의 이야기를 진정으로 듣지 않는다면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친구는 없을 것입니다. 2022. 4. 23.
00. <세상은 가만히 있는데 내 마음이 흔들릴 때> 연재 예고 지친 마음을 포근히 안아주는 이야기 섬에서 잠시 쉬었다 가세요! 딱딱한 하루가 말랑해지는 100가지 이야기. 저자가 따뜻한 호흡을 담아 여러 현장의 오프라인 게시판과 온라인 게시판, 저널지, 웹진, SNS 공간 등에 게시했던 수많은 글 중에서 선별하여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괜스레 울적하고 마음이 헛헛할 때, 우연히 마주친 글귀에서 기대치 않은 위로를 받을 때가 있고, 심란한 마음으로 SNS를 보다가 눈에 드는 사진 한 장, 이야기 한 자락에 마음이 정렬되는 순간도 있다. “세상은 가만히 있는데 내 마음이 흔들릴 때”는 이런 뜻밖의 조우를 통한 기쁨을 온전하게 맛볼 수 있는 도서로, 저자가 따뜻한 호흡을 담아 여러 현장의 오프라인 게시판과 온라인 게시판, 저널지, 웹진, SNS 공간 등에 게시했던 수많.. 2022. 4. 22.
00. <내 마음에 글로 붙이는 반창고> 연재 예고 마음의 편안을 원하는 영혼에게 건네는 따뜻한 글 한 스푼 젊은 수도승 도연 스님의 섬세하고 따뜻한 성찰, 그리고 인생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살아내고 있는 당신에게 희망이 좌절되고 불안이 일상화된 상실의 시대에 지친 당신을 위로하고, 상처받은 마음에 새살을 돋게 해줄 카이스트 출신 수도승 도연 스님의 상처 치유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내 마음에 글로 붙이는 반창고』는 인간의 삶을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사계절의 흐름 속에서 조망하며, 가장 나다운 삶을 꿈꾸는 지친 현대인에게 따듯한 조언을 건넨다. 도연 스님은 날카로운 온기를 담은 시선으로 속도경쟁에 지친 직장인, 보이지 않는 미래에 갈피를 잃은 젊은 세대의 내면을 직시한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주변 상황을 과도하게 의식하거나 경쟁에.. 2022. 4. 22.
04. 돈보다 사랑이라니, 둘 다 가질 생각은 못하는 거야? 가난한 사람 vs 부자의 사고의 차이 가난한 사람은 돈보다 사랑을 중시하고 부자는 사랑을 위해 돈을 번다 텔레비전이나 잡지의 인터뷰에서 탤런트나 가수 등 유명인이 자주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돈보다는 사랑이지요.” 결코 이 말에 속아서는 안 됩니다. 이미지 때문에 겉으로는 돈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만, 뒤로는 개런티 협상을 하는 이들이니 말이죠. ‘돈보다 사랑’이라니, 그런 궁색한 말은 멈추고 돈도 사랑도 마음껏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게다가 돈은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아무리 서로 사랑해서 결혼했더라도 돈이 없으면 생활이 어려워지고, 가난을 참기만 하다가는 반드시 불만이 쌓이면서 사소한 일로 싸우게 되는데, 그런 관계는 대개 3년을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애당초 .. 2022.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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