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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1306

01. 서문 나는 그 남자의 사진 석 장을 본 적이 있다. 한 장은 그 남자의 유년 시절이라고 해야 하나? 열 살 전후로 추정되는 사진인데, 그 아이가 많은 여자에게 둘러싸여(아마 그 아이의 누나들, 여동생들, 그리고 사촌들인 것 같다) 정원의 연못 근처에서, 굵은 줄무늬 하카마를 입고 고개를 30도 정도 왼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이고 서서 흉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다. 흉하게? 하지만 무딘(말하자면 아름다움과 추함 따위에 관심 없는)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귀여운 꼬마네요.’ 라고 적당히 입에 발린 말을 해도 아주 빈말로는 들리지 않을 정도의, 소위 말하는 세속적인 ‘귀여움’이 그 아이의 얼굴에 있기는 하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아름다움과 추함에 대한 내공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얼굴을 한 번 보고 바로, ‘뭐.. 2022. 6. 23.
07. 룰루레몬의 탄생 전봇대에 붙은 포스터 웨스트비치에서의 시간을 마무리하고 나는 밴쿠버로 돌아왔다. 1998년이었다. 나는 아들 제이제이, 브렛 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친구들과 다시 만나면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의 해변에서 생활했다. 나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사업적으로는 많은 시간을 희생해야 했다. 웨스트비치를 머로우에 매각한 후, 나의 근무지는 오리건주 살렘으로 바뀌었다. 내가 일하는 곳에서 아이들이 있는 곳까지는 차량으로 6시간 거리였고, 나는 대부분의 주말을 아이들과 보냈다. 아들 제이제이는 “아버지는 항상 우리 곁에 계시지는 않았고, 아버지도 그 사실이 마음에 걸렸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우리에게 ‘나는 가족을 위해 일하고 있단다. 오늘은 너희들과 함께 보내지 못하지만, 내일을 너희에게 갈 .. 2022. 6. 23.
00. <인간 실격> 연재 예고 『인간 실격』, 행복마저도 두려워했던 한 사람의 고백 역자 후기 일본의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太宰治, 1909~1948)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그가 죽기 직전에 쓰였다. 다소 강렬하고 자극적인 제목의 이 소설은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이미 꽤 유명하다. 긴 시간 동안 다양한 번역서가 나왔고 아직도 많은 이들이 꾸준히 읽고 있다. 여러 차례 영화화도 됐으며, 몇 년 전에는 일본의 유명한 만화가가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만화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인간실격』이 누적 판매 부수 천만 부 이상을 기록하면서 다자이 오사무는 일본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아마 십여 년 전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는 그저 우울한 기질을 지닌 사람의 극단적인 이야기라고만.. 2022. 6. 22.
05. “나카이 씨! 일어나요, 불이에요!” (마지막 회) 뱀 알 사건이 있고 나서 열흘 정도 지나자 불길한 일이 또 일어나, 어머니를 더욱 깊은 슬픔에 빠뜨렸고 끝내 명을 앞당겼다. 내가, 불을 낸 것이다. 내가 불을 내다니. 내 생애 그토록 무서운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어려서부터 지금껏 꿈에서조차 한 번도 생각해본적 없었는데. 불을 소홀히 하면 불이 난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도 알지 못할 만큼, 나는 소위 ‘공주님’이었던 걸까. 밤중에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나 현관 칸막이 옆까지 갔는데, 욕실 쪽이 환했다. 무심코 들여다보니 욕실 유리문이 새빨갛고 타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잰걸음으로 달려가 욕실 쪽문을 열고 맨발로 밖에 나가 보니, 욕실 아궁이 옆에 쌓아 올린 장작더미가 맹렬한 기세로 타고 있었다. 정원과 맞닿은 아랫집 농가로 달려가 있는 힘껏 문을 두드리며.. 2022. 6. 22.
02. 1,000만 원으로 시작하나 1억으로 시작하나, 결국 고지에서 만난다. 부자들을 자주 접한다는 것은 부자가 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기회를 얻는 것이다. 예전에만 해도 ‘부자는 부자’고 ‘나는 나’였다. 부자는 나와 상관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에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부자들은 내게 먼저 다가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무엇을 얻어야 할까? 부자들에게는 돈을 버는 노하우 자체를 배운다기보다는 그들의 부자 마인드를 배우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나는 한 유명한 전업투자자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저도 주식으로 돈을 많이 벌어보고 싶은데요, 얼마로 시작해야 100억을 벌 수 있는 거예요? 얼마로 시작하셨어요?” 내 질문에 전업투자자는 이렇게 답했다. “얼마로 시작하는 것은 중요한 게 아니에요. 1,00.. 2022. 6. 22.
06. 컴퓨팅 사고의 과정 컴퓨팅 사고력, 어떻게 키우나요? 컴퓨팅 사고력은 크게 ‘절차, 확장, 연결, 전환’이라는 네 가지 과정을 포함한다. 물론, 컴퓨팅 사고력에 대한 정의가 조금씩 다르듯이 사고의 과정이 단계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므로 상황에 맞게 적용할 수 있다. 각 과정에서 드러나는 특성은 다음과 같다. 사회에는 약속된 ‘절차’가 있다. 아무리 처음 접하는 일이어도, 절차를 알면 어디에든 쉽게 적응하고 활용할 수 있다. 요리의 절차를 알면 어떤 요리도 쉽게 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절차는 사회적 약속이기 때문에, 문해력의 특징과 다르지 않다. 문제를 풀거나 책을 읽을 때 우리는 처음부터 차근차근 정리해 나간다. 처음을 건너뛰고 중간부터 읽더라도 결국 큰 흐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결과를 찾는 과정 또한 즐.. 2022. 6. 22.
06.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파산 직전에 가다 우리는 파산 전문 변호사를 찾아가서 파산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아보았다. 웨스트비치는 거의 파산 직전에 있었다. 우리가 스노보드 관련 사업에 뛰어든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과거 서핑과 스케이트보드 시장과 마찬가지로 공급이 수요를 압도하기 시작하면서 가격이 하락하고 있었다. 나는 스노보드가 충분히 대중화되기 전에 발을 빼고 싶었다. 각 스포츠 용품 매장 생산 업체보다 협상력의 우위를 갖게 되었고, 브랜드 생산 업체들은 운송과 보관, 그리고 마케팅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었다. 현재의 도매 중심 영업으로는 자금의 회전이 느렸기 때문에 여러모로 재정적인 압박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 시기를 지나면서 나는 도매 중심 영업이라면 질색을 하게 되었다. 동업자인 리처드도 한 곳에 정착하고,.. 2022. 6. 22.
10. 프러포즈 vs 프로포즈 (마지막 회) (프러포즈/프로포즈) 안 하고 결혼하면 평생 서운하다는 소리 듣기 때문인지 요즘에는 각종 이벤트에 혈안이 된 듯합니다. 그래도 청혼이나 고백을 하기 전에 외래어 표기법부터 확인해야겠죠. propose의 영어 발음은 [프뤄포즈]로 [프러]와 [프로] 그 어딘가의 사이에 있습니다. 하지만 국립국어원에서는 외래어 표기법을 바탕으로 ‘프러포즈’라고 규정하고 있어요. 그래서 ‘프로포즈’라고 검색하면 애초에 ‘프러포즈의 비표준어’라는 결과가 뜬답니다. 하지만 ‘프러포즈’ 말고 순화할 수 있는 우리말이 있죠? 바로 ‘청혼’, ‘고백’ 등입니다. 왠지 모르게 ‘청혼’한다고 하면 고전적인 느낌이 들고 ‘프러포즈’는 세련된 느낌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순화어가 있다는 사실은 기억해 두도록 해요. 2022. 6. 22.
02. 만남·두 번째 제 2화 우리가 흔히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사랑이 아닐지도 모른다. 억수장! ♨ 초록색 여관 이름이 반짝반짝 거리며 빨간색 장이란 글자와 너무도 멋지게 하모니를 이루고 있습니다. 진짜 눈물겹습니다. 세상이 아름답습니다. 인간승리입니다. 츄르륵~! 하지만 여관을 찾았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게 아니더군여. 거기에 들어가는데도 많은 용기가 있어야 할 거 같습니다. 애인하고 손을 꼭 잡고 들어간다면야 면상에 철판 깔고 할 수도 있을 거 같지만 이건 상황이 좀 다르지 않습니까?? 저 혼자서 괜히 마음이 찔립니다. 여관 아줌마가 머라고 생각하겠습니까?으 …. 지나가는 여자 줘 패서 기절시켜 데꾸온지 알겁니다. ‘그냥 여기다 버리고 갈까?’ ‘아니야. 그러다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떡해. ‘철판 한번 깔아봐?’ .. 2022. 6. 21.
09. 결제 vs 결재 사회생활 잘하고 싶은 사람 모여라~. ‘결재’와 ‘결제’ 완벽하게 구분하기! 빠밤~♬ 회사 다니다 보면 이것저것 서류 올릴 게 많죠? 그때마다 하는 말. 부장님, 서류 결재 좀 부탁드립니다. 이럴 때는 ‘결재’를 쓰는 게 맞아요. ‘결재’는 ‘결정할 권한이 있는 상관이 부하가 제출한 안건을 검토하여 허가하거나 승인함’을 뜻합니다. 반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오늘 밥은 내가 결제할게.”라고 말할 때는 ‘결제’라고 쓰는 게 맞죠. ‘결제’는 ‘돈을 주고받아 거래 관계를 끝맺음’이라는 뜻이거든요. 그런데도 막상 쓰려고 하면 ‘결재’인지 ‘결제’인지 헷갈릴 때가 많을 텐데요, ‘결제’는 경제 활동과 관련이 있으니까 ‘제’를 쓴다고 생각하면 앞으로 제대로 쓸 수 있을 거예요. 서류 관련해서는 ‘결재’라.. 2022. 6. 21.
05. 동업하다. 돔을 떠나다 1985년 4월 25일, 나는 30번째 생일 전에 달성하기로 했던 목표를 이뤘다. 돔 정유회사를 그만둔 것이다. 그때부터는 오로지 나 자신만을 위해 일하기로 했다. 그리고 남은 목표가 아직 하나 있다. 40세에 은퇴하는 것이다. 40살에 은퇴하려면 웨스트비치를 좀 더 키워야 했다. 한해 전부터 사업의 중심이 서핑에서 스케이트보드로 옮겨진 것은 분명해졌다. 스케이트보드 시장은 과거 서핑이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 5년 정도 지나면 수십억 달러의 규모로 커질 것이 분명했다. 문제는 그 변화의 흐름을 타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의류의 스타일 별로 500~2,000벌 정도를 생산해야 생산단가도 낮출 수 있고, 이윤도 발생할 수 있다. 당시 우리는 샌디에이고에 있.. 2022. 6. 21.
05. 부모가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 ‘투자지능’ (마지막 회)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마따나 자식은 부모에게 큰 영향을 받으며 성장한다. 말투나 행동, 습관과 성격, 경제적 성향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부모의 그것을 닮을 확률이 매우 높다. 하지만 투자는 이와 다소 궤를 달리한다 투자로 큰 자산을 일군 부모라면 자식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온전히 전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투자를 통해 수익은커녕 손실만 기록한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에게도 본인과 같은 투자 방식을 추천하지 못할 게 분명하다. 진호 씨의 경우 적어도 지금까지의 투자 행보를 평가하면 후자에 가까운 부정적 실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때문에 진호 씨는 자식들이 자신과 같은 우를 범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기회가 닿을 때마다 투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김진호 딸이 사업을 하겠다고 말했을 .. 2022. 6. 21.
04. 그건 단순한 병이 아니야 정오 무렵, 아랫마을 의사 선생님께서 다시 오셨다. 지난 번처럼 하카마 차림은 아니었지만, 흰 버선만은 여전히 신고 있었다. “입원하는 게…….” 내가 여쭈자, “아니, 그럴 것까진 없습니다. 오늘은 센 주사를 놓아드릴테니 열도 곧 내릴 겁니다.” 하고 여전히 미덥잖은 대답을 하며, 소위 그 센 주사를 놓고 가셨다. 하지만 그 센 주사가 효험이 있었던지, 그날 정오가 지나자 어머니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며 땀이 비 오듯 흘렀다. 젖은 잠옷을 갈아입으시던 어머니가 웃으며 말씀하셨다. “명의인가 보다.” 열은 37도로 내려가 있었다. 나는 기뻐서 이 마을에 하나 뿐인 객점으로 달려가 주인아주머니께 부탁해 달걀 열 개를 얻어 바로 어머니께 반숙을 해드렸다. 어머니는 반숙 세개와 죽 반 그릇을 드셨다. 이튿.. 2022. 6. 21.
00. <천만 원에서 20억 부자가 된 채 부장> 연재 예고 평범한 직장인도 소득과 자산으로 부자가 될 수 있다! 등록금 대출 2천만 원에서 10년 만에 연봉 2억, 순자산 20억을 일군 비결을 밝힌다! 최근 자산가치가 폭등하면서 ‘벼락 거지’라는 말이 생겨나고 근로소득으로는 결코 경제 독립을 이루지 못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생겨나면서, 근로소득의 가치가 어느 때보다 폄하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근로소득이야말로 직장인에게 있어서 투자의 종잣돈이 되어 주고, 유일한 담보 가치가 되는 기초자산이다. 이 책은 근로소득을 아끼고 활용해서 부자가 되는 지렛대로 삼는다면 투자형 월급쟁이 부자가 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직장인들이 간과하고 있는 월급을 활용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하고, 평범한 직장인도 충분히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동기부여해 준다. 여.. 2022. 6. 20.
04. “가즈코가 있어서, 가즈코가 있어 줘서, 이즈로 가는 거야.” 어머니는 놀랄 만큼 늙고 힘없는 목소리로 뜻밖의 말씀을 하셨다. “가즈코가 있어서, 가즈코가 있어 줘서, 이즈로 가는 거야. 가즈코가 있어 주니까.” 나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아 엉겁결에 여쭈었다. “제가 없었으면요?” 그랬더니 어머니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셨다. “죽는 게 낫지.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 집에서, 엄마도, 죽어버리고, 싶어.” 띄엄띄엄 말씀하시다가 끝내 서럽게 우셨다. 어머니는 이제껏 내게 단 한 번도 이런 약한 소리를 하신 적이 없었고, 또한 이토록 애통하게 우는 모습을 보인 적도 없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내가 시집갈 때도, 배속에 아기를 품고 어머니 곁으로 돌아왔을 때도, 아기가 병원에서 죽은 채 태어났을 때도, 내가 병으로 몸져누웠을 때도, 또 나오지가 나쁜 짓을 했을 때도,.. 2022. 6. 20.
04.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 MZ세대의 유일한 생존 방법 모든 MZ세대가 이른바 실물투자를 등한시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비율로만 따지자면 절대다수가 부동산이나 주식 등 전통적인 투자처를 선택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MZ세대에 해당하는 20~30대 3명 중 2명 이상은 새롭게 부각되는 투자 분야, 즉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있다.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MZ세대의 시각에서 우리는 또 다른 그들의 투자 특성을 알 수 있다. 바로 투자의 안전성보다는 높은 수익률에 더 큰 비중을 둔다는 점이다. ‘사상 최초로 부모 세대보다 가난해지는 세대 ’. MZ세대가 짊어져야 하는 또 다른 숙제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그동안 자식들은 부모의 자산 혹은 자신의 경쟁력을 무기로 윗세대보다 많은 부를 축적해왔다. 하지만 MZ세대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부모 세대보다 자산이 적은 세대가 .. 2022. 6. 20.
08. 심란 vs 심난 썸남과 썸녀 모두 맞게 말한 건데, 썸남이 괜히 아는 척 지적했다가 끝났네요. 내 처지가 너무 심난해서 참 심란하다. 위 문장을 보니 괜히 둘 중 하나는 틀린 것 같죠? 하지만 두 단어 다 맞게 사용한 건데요, ‘심란’과 ‘심난’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제대로 잘 사용해야 합니다. 먼저 ‘심란하다’는 마음 심(心)과 어지러울 란(亂)이 합쳐져서 ‘마음이 평온하지 않고 어수선하다’는 뜻입니다. 중간고사 성적표를 보니 참 심란하다. 네 방 상태를 보니 심란하다. 다음은 ‘심난하다’입니다. ‘심할 심(甚)’과 ‘어려울 난(難)’이 합쳐져서 ‘형편이나 처지 등이 매우 어렵다’는 뜻입니다. IMF 시절 참 심난했던 날들이 떠올랐다. 심난할수록 용기를 가져야 해. 모양이 비슷하고 발음도 비슷하지만 한자가 달.. 2022. 6. 20.
04. 사업에 눈을 뜨다. 직영점의 발견 사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사람들은 내가 8번가 몰 옥외에 레모네이드 스타일의 가판대를 차리고 조촐하게 판매를 시작한 것은 큰 실수라고 말했다. 또 의류 사업은 어려운 분야라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그러나 내 눈에는 간단해 보였다. 원단을 구입하고, 옷의 생산 과정을 점검했다. 생산된 옷은 신디가 지키고 있는 가판대에 갖다주었지만, 신디가 자리를 비울 때는 내가 직접 판매했다. 그것이 버티컬 리테일을 학습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당시에는 몰랐다. 버티컬 리테일 매장을 운영하면 이익이 더 많아진다는 것을 배운 것이다. 그러나 비교할 만한 버티컬 리테일 매장의 모델이 없었다. 상품을 공급해 주고 60일이 지나서 판매대금을 거둬들이는 홀세일(wholesale) 방식과는 달리, 매일 판매되는 대.. 2022. 6. 20.
03. “아침부터 정원을 돌아다녔어요.” 저녁 무렵, 어머니와 응접실에서 차를 마시며 정원 쪽을 바라보는데, 세 번째 돌계단에 오늘 아침 그 뱀이 다시 스르르 나타났다. 어머니도 뱀을 발견하고, “저 뱀은?” 하며 일어나 내게로 달려오시더니 내 손을 꼭 잡고 서서 꼼짝도 하지 않으셨다. 그 말에 나도 문득 짚이는 바가 있어, “알의 어미?” 하고 입에 올리고 말았다. “그래, 맞아.” 어머니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우리는 손을 맞잡고 숨죽인 채 잠자코 그 뱀을 지켜보았다. 돌 위에 구슬프게 웅크리고 있던 뱀은 비틀비틀 다시 움직이는가 싶더니, 힘없이 돌계단을 가로질러 제비붓꽃 쪽으로 기어들어 갔다. “아침부터 정원을 돌아다녔어요.” 내가 작은 소리로 말하자, 어머니는 한숨을 내쉬고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시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그래.. 2022. 6. 19.
03. 내가 하는 것은 투자인가 투기인가? 안영빈·박혜선 부부는 두 자녀를 둔 30대 부부로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 4인 가정의 표상이다. 결혼과 함께 2억 원대 빌라를 매입한 부부는 집값의 절반 이상을 대출로 충당해야 했다. 직장을 다니는 남편과 파트타임으로 가계에 힘을 보태는 아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두 아이를 가진 부부는 대한민국 4인 가족의 평균을 대변해 준다. 더 나은 삶을 꿈꿨던 부부는 각자의 기준과 판단에 따라 최근 소위 핫하다는 투자 종목에 한 번씩 도전장을 던진 경험을 갖고 있다. 부동의 시가총액 1위 S 전자의 주식 매수부터 공매도를 막기 위한 미국판 개미 운동으로 불린 게임스탑의 해외 주식투자, 내 생에 마지막 로또라고 부르짖은 암호화폐 구입 등 국내외 주식거래소와 코인중개소를 넘나드는 전방위적 투자를 지난 수년 동안 .. 2022. 6. 19.
06. 홀아비 (마지막 회) 회사엘 다니던 당신은 일요일에도 출근을 해야 했지. 딸이 아주 어렸던 시절. 나는 일요일이면 딸을 데리고 어딘가로 향했지. 아동극을 보러 간다거나 한강 고수부지로 나들이를 간다거나 그냥 백화점 구경을 가기도 했지. 좀 더 큰 후에는 서점엘 데리고 나갔다가 퇴근하는 당신을 만나 함께 저녁을 먹기도 하고. 일요일마다 혼자 딸을 데리고 나가는 나를 보며 아파트 주민들은 홀아비인 줄 착각을 했고, 너무 젊어서 홀아비가 된 나를 불쌍히 생각한다는 얘길 전해 듣고 우린 한참을 웃었지. 20년도 넘은 세월이 지난 후, 어느 날 당신은 떠나고 난 진짜 홀아비가 되었어. 매주 어린 딸과 함께 나가던 그땐 내가 그의 손을 잡았지만, 이젠 가끔 딸이 내 팔짱을 끼기도 하지. 양 갈래로 곱게 머리를 땋은 딸이 아니고 이젠 서.. 2022. 6. 18.
09. 투자금과 자본금이 5만 달러 미만인 경우 5만 달러 포트폴리오 ▶초기 5만 달러에 대한 무한 배분 모델 배당주: 4만 5,000달러 현금: 5,000달러 이 5만 달러를 가지고 주식에 투자한다. 특히 일곱 가지 기준 중에서 일곱 개를 모두 충족하는 주식에 4만 5,000달러를 투자해야 한다. 5,000달러는 현금이나 현금성 자산이 될 것이다. 금융 시장, 저축, 양도성예금증서, 귀금속 등은 모두 현금성 자산이다. 주식 시장에서는 어떤 주식을 보유하고 있든지 그것을 이틀 안에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따라서 청산하는 것도 쉽다. 필요하다면 비상시에 아주 신속하게 현금을 만들 수 있다. 당신은 주가가 30% 하락하는 주식을 보유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주가 변동이 크지 않은 아주 지루한 회사에 투자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청구서를 지불하기 위해 매.. 2022. 6. 17.
02. “태워버리자.” 어떤 참을 수 없는 부끄러운 생각이 덮쳐 오면, 그 기묘한, ‘아’ 하는 희미한 소리가 터져 나오곤 했다. 방금 내 가슴에 불쑥, 6년 전 이혼하던 때의 일이 선명하게 떠올라 견딜 수 없어져서, 나도 모르게 ‘아’ 소리가 새어 나온 건데, 어머니는 무슨 이유였을까? 어머니한테 나처럼 부끄러운 과거가 있을 리는 없는데. 아니, 어쩌면, 뭔가 있는 건가. “어머니도 방금 뭔가 떠오르신 거죠? 뭐예요?” “잊어버렸어.” “저랑 상관있는 일이에요?” “아니.” “그럼 나오지랑 상관있는 거예요?” “그럴…….” 어머니는 말을 하다 말고 고개를 갸웃하더니, “지도 모르지.”라고 하셨다. 동생 나오지는 대학에 다니다 징집되어 남방의 섬으로 갔는데, 소식이 끊겨버린 통에 전쟁이 끝났는데도 찾을 수 없었다. 어머니는 이.. 2022. 6. 17.
05. 연골 나이가 들면서 연골이 점차 닳아 없어져서 생기는 퇴행성 관절염. 뜨끔거리는 무릎으로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리며 문득 당신을 생각했다. 손가락을 접고 펴고 손을 흔들고 걷고 뛰고 앉고 일어서고 고개를 흔들고 고개를 저을 수 있는 것까지 모두 관절이 있기 때문이지만 그 관절들은 연골이 있어야만 삐걱거리지 않는다. 연골이 있어야만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연골이 점차 닳아 없어지는 퇴행성 관절염, 우린 그것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게 되지만 일상의 모든 관절이 갑자기 삐걱거리고 아프게 되어 버린 당신과의 이별. 이제는 연골이 다 닳아 뼈와 뼈가 맞부딪치는 시간, 윤활유가 다 닳아버린 엔진 같은 그 시간을 지나고 있다. 일상의 관절 사이 사이에 숨어 있던 당신이 어느 날 갑자기 떠나버린 후, 나.. 2022. 6. 17.
02. 나의 투자지능은 어느 수준인가? ‘투자지능’은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던 개념으로 제작진과 월스트리트 헤지펀드 애널리스트 출신의 뉴욕주민이 합작해서 새롭게 정립한 것이다. 제작진이 수십 년 전 미국에서 개발된 투자 관련 설문조사를 차용해 국내 상황에 맞게 새롭게 재구성한 투자지능 테스트는 14개 세부 문항에 대한 답변을 통해 개인별 투자지수를 도출해내는 구조를 갖고 있다. 제작진은 방송에 앞서 총 1만 명을 대상으로 투자지능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중 응답하지 않거나, 미흡한 답변을 제출한 인원을 제외하고 총 6,414명의 유의미한 표본을 추출해냈다. 뉴욕주민은 투자 지능에 대해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이의 생존을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라고 평가했다. 뉴욕주민: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 사실 인류 역사에서 돈이 중요하지 않았던 적은 단 한 번.. 2022. 6. 17.
07. 낫다 vs 낳다 볼 때마다 답답한 ‘낫다’와 ‘낳다’ 정리하기! 저는 웬만해서는 넘어가는데, 이거 틀리는 건 못 참겠더라고요. “내가 너보다 낳다.”, “병 빨리 낳아라.” 등의 톡을 보면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낳다’는 ‘배출하다’라는 의미로, ‘배 속의 아이, 새끼, 알 등을 몸 밖으로 내놓는다’는 뜻과 ‘어떤 결과가 발생하다’ 등의 뜻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낳다.”, “좋은 결과를 낳다.” 등으로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낳다’는 ‘낳아, 낳으니, 낳아서’에서 보듯 어간 ‘낳’이 변하지 않습니다. 반면에 ‘낫다’는 ‘병이나 상처 따위가 본래대로 되다’라는 뜻과 ‘~보다 좋거나 앞서 있다’라는 뜻을 갖는데요, 때문에 “감기 빨리 나아.”, “내가 너보다 나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낫다’는 .. 2022. 6. 17.
06. 에 vs 의 조금 설렜다가도 썸 타는 사람이 이거 틀리면 오만 정이 다 떨어진다는 ‘에’와 ‘의’를 구분해 봅시다! 먼저 ‘의’를 알아볼까요? ‘의’는 ‘뒤에 오는 단어가 앞에 있는 단어에 소유되거나 소속됨을 나타내는 격 조사’입니다. 이외에도 쓰임새가 더 있지만, 이것만 알아도 헷갈릴 일은 없을 거예요. 우리의 소원은 통일. / 엄마의 손맛은 잊을 수가 없어. 물의 온도가 100도가 되면 끓기 시작해. 위 문장들에서 ‘소원’, ‘손맛’, ‘온도’는 각각 ‘우리’, ‘엄마’, ‘물’에 소속되어 있어요. 그런데 한 번 저 문장들을 소리 내서 읽어 볼까요? ‘의’가 [에]로 발음된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에’와 ‘의’를 헷갈리는 거죠. ‘에’는 앞말이 ‘처소·시간·진행 방향·원인의 부사어임을 나타내는 격 .. 2022. 6. 16.
01. 디지털 시대일수록 문해력은 더 중요하다. 책을 멀리하는 아이들 그렇다면 독서는 왜 해야 하는가? 독서는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고, 생각하는 힘은 행동하는 힘이 되며, 행동하는 힘은 변화와 혁신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또한, 독서는 나무의 뿌리와도 같아서 튼튼하고 깊이 박힐수록 나무를 튼튼하게 자라게 한다. 독서의 장점은 디지털 시대에 더욱 강조된다. 빅데이터라고 불리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분석하고 해석해 가치를 창출하는 데 기본이 되는 능력이 바로 독서로 길러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의 독서량을 보면 그렇게 부족하지도 않다. 부모의 어린 시절보다 다양하고 많은 양의 책을 읽으며,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도 좋아지고, 정규 교육 과정에서도 충분히 강조되고 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아이들이 독서력이 걱정될까? 바로 문해력 때문이다. 문해력은.. 2022. 6. 16.
04. 가을이 되었네요 함께 나들이할 때면 당신보다 걸음이 빨라 항상 앞서가는 나를 두고 늘 타박했지요. 걸음걸이 하나 못 맞춘다고, 마누라하고 걸을 때면 좀 느긋하라고... 그럴 때면, 난 그래, 그래, 그래야지 하면서 살며시 손을 잡고 당신 걸음에 내 걸음을 맞춰보기도 했지만 또 걷다 보면 어느새 내 걸음은 빨라져 당신보다 앞서 있곤 했지요. 가끔 뒤를 돌아보면 앞서가는 남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저만치 느긋하게 걸어오는 당신이 거기 있었어요. 그렇게 느긋하게 내 뒷모습을 바라보며 걷던 당신, 그래서 늘 거기 있다고 생각했던 당신이 휭하니 앞서 가버린 후 늘 뒷모습만 보여주던 날들을 후회하고 있습니다. 걸음걸이 하나 못 맞추던 날들이 그렇게 후회될 수 없어요. 가을이 되었네요. 쨍한 가을 햇살 속, 저만치 앞서 걸어가는 당신.. 2022. 6. 16.
01. 우리 집안에도 진짜 귀족은 어머니뿐일 거야 “아.” 아침에 식당에서 수프를 한 수저 살짝 떠 드시던 어머니가 희미하게 외마디 소리를 내셨다. “머리카락?” 수프에 뭔가 불쾌한 거라도 들었나 싶었다. “아니.” 어머니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사뿐히 수프를 한술 입에 흘려 넣으시고는, 새초롬하게 고개를 옆으로 돌려 부엌 창문 너머 활짝 핀 산벚꽃을 바라보더니, 그렇게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 다시금 사뿐히 수프 한 입을 조그만 입술 사이로 미끄러트리듯 넣으셨다. 사뿐히, 라는 표현은 어머니에게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여성 잡지 같은 데서 나오는 식사법과는 완전히 다르다. 언제가 남동생 나오지가 술을 마시면서 누나인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작위(爵位, 1869년부터 1947년까지 존재했던 일본의 귀족 제도. 공작·후작·백작·자작·남.. 2022.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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